본문 바로가기
日常

2022.11.22 - 견디며 살아가기*

by 담채淡彩 2022. 11. 22.

2022.11.22 - 견디며 살아가기/담채


목숨이 사라지는 것들은 모두 21g의 무게가 줄어든다 한다.
21g이란 영혼의 무게다.
영혼에 무지한 나는 때때로 영혼을 벗어 아무 곳에나 걸어놓고 몸만 살아있었다.

차고 가벼운 한 방울의 몸,
살면서 고통당한다는 것은 육체와 영혼이 나쁜 것을 경험한다는 뜻이다.
육신의 고통의 연속은 인간의 내면을 두렵고 황폐하게 만든다.

나는 대략 30여 년 동안 의사도 모른다는 복부통증을 달고 살아간다.
서울 소재 여러 대학병원과 유명 한의원을 모두 찾아다녔으나 어느 한 곳에서도 치료에 도움을 받지 못했으니
그럴 때마다 세상의 빛들이 일순간 나를 위해 적막해지는 것 같았다.

생각의 끝으로 더듬어지는 통증의 정체는 늘 궁금했고,
두려웁고, 뒷걸음쳐 도망치다가 어둠에 걸려 휘청거리는 날들이 많았다.
그런 일도 오래 견디다보면 이력이 붙는 건가.
나는 이 순간에도 고통의 형태를 고스란히 유지한 채 정직하게 순환하는 계절을 듣고 있다.

밝혀 지지 않는 복통을 안고 혼자서 걸어온 길은 대체로 고통이었으나 마음은 항상 아름다움쪽으로 가고자 했다.
외롭고 무지한 일들이 펼쳐질 것을 생각하면서도
가족을 사랑하고 낮은 것들을 돌아보고 日記를 쓰고 아무 쓸모도 없는 詩를 쓰는 것이다.
되도록이면 타인에 대한 고통까지도 내 안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삶이기를 원했다

가을비를 맞고 떨어지는 축축한 낙엽들을 보면서 이별이 아프다.
저마다의 간절함이 모두 나처럼 아프게 보인다.
고통으로 점철된 나의 삶이 무모한 반란으로 끝나지 않기를,
이 넓은 세상에
소심한 나의 발자국이 어둑어둑 보이는 따뜻한 이승이기를......

 

2022.11.22

 

'日常'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3.02.24 - 삶의 퇴행*  (12) 2023.02.23
외손녀의 알바  (12) 2023.01.30
2022.11.18 - 구구소한도九九消寒圖*  (5) 2022.11.18
2022.08.06 - 어머니 막내딸네 가시다  (0) 2022.08.06
LH 사태를 보면서  (0) 2021.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