自作詩

가락

담채淡彩 2024. 3. 21. 13:51

 

가락 /담채

 

 

"고장 난 냉장고 삽니다아

피아노 삽니다 에어컨 세탁기 삽니다~아~~~

고장 난 가전제품 삽니다~아---"

 

올라갔다 내려가고 내려갔다 올라가며 다시 이어지는

저 고달픈 가락,

잠시 끊어졌다가

 

"고장 난 물건 삽니다~아---"

 

이런 이런

나를 사겠다는 소리 아닌가

알고 보니 고장 난 가전제품은 헐값 중에도 헐값이란다

 

70년 넘게 구부러진 내 生

고장 난 허리 어깨 무릎,

소금꽃 하얗게 흘러간 등짝

모두 팔아버리고 싶은, 하늘이 샘물같이 맑은 날

 

불현듯 고물장수 확성기 소리가 나를 끌고 간다

골목으로 골목으로 막다른 골목으로 나를 끌고 간다

 

한 생을 소처럼 걸어온 나를

지금 내다 팔면

아주, 아주 헐값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