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길 위에서 5 - 옥수수 한 됫박

담채淡彩 2020. 9. 9. 07:21

 

 

 

 

길 위에서 5 - 옥수수 한 됫박/강성백

               

 

항상 달랑거리는 통장에서

매월 2만원의 돈이 빠져나간다

아이티 지진 난민에게 가는 것이다

이 소소한 한 푼이 사흘을 굶고 한 끼를 먹는

아이티 까만 눈동자 아이에게

한 됫박 옥수수가루로 전해질 것이다

"오른 손이 한 일을 왼 손이 모르게 하라"

지당하신 말씀 거스르고 쓰는 것은 

지구상의 절망과  눈물의 땅에

더 많은 위로가 전해지기를 희망해서다

고요한 물관부를 타고 흐르는

수액 한 방울이 나무를 키우고 숲을 만든다 

아무 잘못 없는 아이가 굶어서 죽고

아무 잘못 없이 生死가 갈리는 참혹한 땅에도

은혜가 넘치기를 기도하며 쓴다

 

 

* 2010. 06

  달리는 고속버스 안에서 이 글을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