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길 위에서 68 - 어르신

담채淡彩 2025. 1. 2. 16:46

길 위에서 68 - 어르신 / 담채

 

어쩌다 마트에 가도 동사무소에 가도

나는 꼼짝없이 ‘어르신’으로 불린다

 

하지만 내년이면 100세가 되는 어머니 앞에서는

여전히 철부지 아들이다

 

아버지의 세월보다

더 길어진 나의 세월

 

어느새 40 후반에 이른 자식들은

제 아비가 한때 청년이었다는 사실을 알기나 할까

 

밖에는 쌀가루 뿌려지듯 눈이 내리며

또 한 해가 가고

나는 또 한 살 더 나이를 입었다

 

생활이 준엄하지 않으면

나이도 소용 없고

존경받는 어른도 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