自作詩

까치밥*

담채淡彩 2023. 2. 14. 11:53

까치밥/담채


늙은 감나무 높은 가지 끝
홍시 몇 알
마른번개를 맞고 있다
하늘 아래
인동忍冬하는 시람들이
서리가 내려도 따지 않고
눈이 내려도 따지 않는
어느 허기진 목숨들의
묵언의 양식
내 몫을 조금씩 나누며

천지가 배부른
저 기꺼운 여백

 

 

까치집 / 담채


저 막막한 허공에
시렁처럼 걸쳐있는 둥지 하나

못질 하나 없이 기둥 하나 없이
뚫린 옆구리
쉬임없이 바람이 들었겠다
횡행한 바람 속에
아랫목을 만들고
혹시 내릴 눈과 바람의 각도를
계산하여 고집멸도의 건축물을

완성했을 것이다
지붕을 젖히면 금방이라도 낮달이
들어앉을 것만 같은

허공 속의 오두막 
잉태를 계획하는 까치가
種을 위하여 홀로 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