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길 위에서 75 - 낙타
담채淡彩
2025. 1. 17. 08:54
길 위에서 75 - 낙타/담채
오백 키로의 몸무게에
오백 키로 가량 짐을 싣고
모래언덕을 오르는 낙타의 일상
낙타는
그렇게 뜨거운 모랫바람 속을 걸으면서 몇 키로 떨어진
물냄새를 맡는다
사막을 보면서
하늘보다 땅이 더 넓다는 생각을
해 봤다는 어느 소설가의
과장된 표현은 사실에 가깝다
그 무릎의 위대함을 느낄 때마다
내가 어떻게 고독하다고 삶이 무겁다고, 아프다고
엄살 부릴 수 있으랴
고독의 깊이를 밟고 또 밟으며
사막을 횡단하는 동물,
사막을 횡단하고도 마지막 보상은 건초 한 무더기가 전부다
그들을 보면서 내 삶이 내 가벼운 일상들이
엄살스럽지 않기를…
다음 생에서 낙타는 분명 사람으로 태어날 것이다
구부러진 낙타의 등부리에
내가 짊어지고 가야 하는 시간의 행로가
아슬아슬 얹혀 있다
2025.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