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북향방

담채淡彩 2024. 12. 20. 08:40

길 위에서 63 - 북향방/담채

 

언젠가부터 빛이 변하지 않는

북향방 사람이 되었다

 

이 방에서 일기를 쓰고 책을 읽고

지내는 법을

수년 동안 익혀왔다

 

비가 내렸는지

햇빛이 돌아왔는지

끝내

잿빛인 채 하루가 저물었는지

 

​어둠에 단어들이 녹지 않게

천천히 책을 읽는다

 

일기를 쓰면서도

날씨는 적지 않았다

 

내가 무엇을 사랑하고

무엇을 후회하고

무엇을 돌이키려 헛되이 애쓰고

끝없이 집착했는지

북향방은 알고 있다

 

내 몸이

커다란 항아리같이 깊어져

아침을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찾아온 것은 어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