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불면不眠

담채淡彩 2025. 5. 30. 13:10

불면不眠/담채

 

비가 내린다

밤비가

일 만개의 잎들이 기침소리를 내며

나뭇가지를 스친다

어둠의 한 쪽에서는 가는 비명이 비명을 끌어안고 섞인다

 

열에 싸인 몸속으로 하얀 '타이레놀' 한 알 조용히 녹아들고 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내 자신이 부서지면서 내는

짧은 소리에도 슬픔의 무게가 실리는데

이런 감각들은 육체적인 감각이 아니라

다분히 이성적인 감각이다

꺼뭇꺼뭇 검버섯이 핀 내 生에 잠시 꽃물 들고

질긴 어둠 속을 죄처럼 맴돈다

 

죽음은 정해진 날 틀림없이 찾아오는데

잠은 왜 밤새도록 오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