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우리가 다녀가는 세상은*

담채淡彩 2023. 1. 29. 14:43

우리가 다녀가는 세상은/담채


까마귀 두 마리가 죽은 쥐를 사이좋게 뜯어먹고 있을 동안
어느 외딴 농가 처마 밑에서는 어미 제비가 새끼 여섯 마리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고 있었다
주검도 길지 않은 어느 화장터에서는 두엄 냄새나는 삼 남매의 아버지가 불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하늘은 잠시 잠깐 서늘하고 깊었을 뿐
지상의 한쪽에서는 꽃이 피고 한쪽에선 꽃이 지고 있었다  
우리가 다녀가는 세상은 다만 죽고 사는 일로 애를 쓸 뿐, 생사도 윤회도 알 것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