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침묵의 소리/담채

담채淡彩 2024. 11. 14. 08:13

 

침묵의 소리/담채

 

생활이 준엄하지 않으면

이루고자 하는 그 어떤 것도 보이지 않는다

내가 정체되어 있을 때 간단없이 나를 부르는

소리,

신새벽 나는 다른 이에게 읽히지도 않을

시시한 를 쓰고 있다  

 

바람이 많이 분다

한쪽으로 쌓이는 나뭇잎이 있다

교대를 마친 아파트 경비원이 

딱히 쓸지 않아도 좋을 나뭇잎을

쓸어낸다

애쓰지 않아도 될 것을 애쓰는 몸짓에서

그에게도 무언가 매달려 있구나

늙은 마음은 생각을 고쳐 잡고

대빗자루가 하늘을 쓰는 소리를 듣는다

 

길은 보이기도 하고 보이지 않기도 한다

나는 과격해지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을 하며

가보지 않은 곳을 말하지 않을 것이며

만나지 않은 사람의 말을 하지 않을 것이며

나를 지배해 온 증거보다 더 강한 내 편견을

버리기로 하였다

보이지 않은 내 길 위의 표지를 읽어내는 일

지도에 없는 길을 알고부터 나는 변했다

말보다 침묵 속에 틀어박힌 마음이

이유도 없이 조목조목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