老年日記

老年日記52 - 근황2

담채淡彩 2025. 2. 13. 09:34

老年日記52 - 근황 2 / 담채
 

 

세상에 대하여
할 말이 줄어들면서
나는 차츰 세상물정에 어두워졌다
 
꽃이 떨어진 후의 꽃나무처럼
침묵으로 몸을 줄였다
 
하나의 빈 그릇으로
세상을 흘렀다
 
흘러 넘쳐본 적 없는
나의  빈 잔에는 하늘만 가득 고였다
 
한 쪽이 패인 낮달이
서연히 떠서
서쪽으로 서쪽으로 흘러간다
 

 
 

노년일기53 - 발톱을 깎다/담채
 

 

딸깍 딸깍,
발톱이 잘리는 소리도 커지고
두꺼워진 발톱은 더 멀리 튕겨나간다
 
나이가 들수록
두껍고 단단해지는 것이
발톱 말고 또 무엇이 있으랴
 
몸의 일부면서 크면 잘려나가는
열 개의 슬픔들
 
아무에게도 주목 받지 못한 설움이듯
쓰레기통에 버려진다


 잘 가꾸지를 못해서인지

태어났을 때부터 발톱은 맨 아래쪽에 있었다
눈 밖에만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