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2024.02.18

담채淡彩 2024. 2. 18. 17:17

 

2024.02.18

 

한가할수록 타락을 꿈꾸는 마음

몸 안에 갇힌 발광하는 짐승을 다스리기 위해

나는 오늘도 개천변에 나가 걷는 일에 몰두했다.

두 시간 가량 걷기를 끝내고 집에 들어서니 반갑잖은 겨울비가 내린다.

 

어제는 아들네 가족이 다녀갔다.

긴 구정연휴가 시작되던 날 아들은 갑작스런 혈변으로 고대구로병원

응급실에 입원을 했다.

구정날 집에 오지 못했다.

그런 아들이 아무 이상 없이 퇴원하여 집에 왔으니 반가움이 두 배다.

이번 일로 아들과 며느리가 건강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것 같아서

무엇보다 다행한 일이다.

사는 일이란 바람의 회오리가 전신을 파고 드는 모래 언덕을 넘고 또 넘는 일과 같아서

유목의 시간을 지나는 것과 같아서 오래 멈춰 서서 생각 깊게 세상을 바라볼 줄 아는 

자식이 되었으면 좋겠다.

 

한순간도 무릎을 꺾은 적 없는 바지랑대는 외로이 누군가를 떠받치기 위해 태어난

도구이다.

깡마른 다리로 식솔들의 생을 짊어 지고 무거운 짐을 볕에 내어 말리는

영문 모를 원죄를 안고 있는 도구이다.

자식을 둔 부모의 마음이 바지랑대와도 같은 것임을 다시 느껴본다.

이생이 찰나인 걸 까먹고 나비꿈을 꾸는 이 하루

꽃 진 자리 위에 오늘을 기록하며 마음 몇조각 합장하는 하루가 또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