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74 - 갠지스/담채
열반과 지옥이 뒤섞여
지상과 천상이 분리되어 있지 않은
곳, 갠지스
마지막이듯
죄를 죽이듯
갠지스로 가자
가서 나를 적시자
산목숨과 주검이 함께 흐르고
도취陶醉와 무상無常이 함께 흐르는 갠지스
돈이 넉넉해야 시체를 잘 태우고
돈이 부족하면 덜 태운 시신을 강물에 버리는
강을 끼고 사는사람들
다홍 천 눈밑까지 끌어올리고
장작더미에 누운 여자
불길 잦아들도록 끝끝내 이글거리던
가슴뼈와 골반
재가 되어 허물어진다
한때 소행성과 대행성이 생성되고
해와 달과 별이 맞물려
빛을 놓친 적 없던 여자,
유순한 꽃잎들이 떠가며 졸고 있는 강
뚜벅 뚜벅 관절을 다친 바람들이
넘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