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766 불면不眠 불면不眠/담채 비가 내린다 밤비가일 만개의 잎들이 기침소리를 내며 나뭇가지를 스친다어둠의 한 쪽에서는 가는 비명이 비명을 끌어안고 섞인다 열에 싸인 몸속으로 하얀 '타이레놀' 한 알 조용히 녹아들고 있다나이가 들어갈수록 내 자신이 부서지면서 내는짧은 소리에도 슬픔의 무게가 실리는데이런 감각들은 육체적인 감각이 아니라다분히 이성적인 감각이다꺼뭇꺼뭇 검버섯이 핀 내 生에 잠시 꽃물 들고질긴 어둠 속을 죄처럼 맴돈다 죽음은 정해진 날 틀림없이 찾아오는데잠은 왜 밤새도록 오지 않는가 2025. 5. 30. 진리는 불편하고 멀다 외 진리는 불편하고 멀다/담채 우리는 神과의 거리를 측량하지만 아직神을 만나본 사람은 없다우리는 말로만 神과 동행하고나도 내 안에 神을 만들었다동산에서처럼 神과의 일문일답을 원한다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이론적으로 수긍하면서도내 지구는 언제나 평평하듯이진리는 여전히 불편하고 멀다 그리워하는 일/담채 나는 사람을 그리워했다는 사실을 고백한다시를 읽거나 글을 쓰는 일도 알고 보면 사람을 그리워하는 일이다열심히 그리워하면 서로 닮는다그리하여 끼리끼리 모여산다 존재存在/담채 새벽부터 산 넘어간 구름어디에 모여 있을까 산 너머 저 바다 끝까지 바라봐도구름 한 점 모인 곳 없네 쪼그라든 해가등 뒤에 걸린 歸家 길새벽부터 산 넘어간 구름모인 곳 없네 2025. 5. 28. 간월암看月庵에서 간월암看月庵에서/강성백 西海에 물이 차면천수만 간월암*이 물 위에 뜬다 극락도 아수라도 그 아래삼백예순 날 노승 두엇부처님께 비는지하루에 두 번 물길이 열린다 나는그 길을 밟고 암자에 들어천리향 꽃향이 번지는 절 마당에 서 있다 멀리 온 것 같으나길은 제 자리 나는 없고고요한 목조보살좌상하루에도 천만 번 생각을 닦는다 2012.05 note* 瑞山市 浮石面 간월도에 있는 작은 암자. ( 만조 시 물이 차면 섬이 되고, 하루에 두 번 간조 때마다 바닷길이 열린다) 2025. 3. 31. 어떤 가난 어떤 가난 /담채 막걸리를 좋아하셨던 詩人 '천상병'그는,밥 먹을 자격도 없는 놈이라고스스로에게 다그치며탁한 막걸리 한 사발로 몸을 데웠다 찌그러진 빈 양재기 같이시퍼렇게 녹슬어 있는 달을 올려다보며막걸리를 마셨다 세상을 소퐁 온 것처럼 살아냈던 그는단 한 번歲月 앞에 무릎을 꿇었다 꿈에서라도 만난다면막걸리 몇 병과부침개 한 장 들고 가 물어보리라 이승의 누더기는 어디에 벗어두고 가셨는지가난은 어떤 별로 떠아찔한 빛으로 세상에 오시는지 누님 같던 그의 아내목순옥 여사가 그의 뒤를 따라갔다하늘에서 아내를 영접했을 것이다地上의 모두를 데리고 소풍을 갔다 2010.10내가 살았던 안면도 중장리 해변마을에 천상병 시인이 살던 집을 옮겨 원형대로 복원해놓았다 * 수락산 산자락에서 詩人이 살았던 집* 천상병.. 2025. 3. 25. 老年日記59 - 나 혼자 간다 老年日記59 - 나 혼자 간다 길을 가다보면언젠가 한 번 간 적이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나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지나가서 그럴 것이다 어려서는 어머니 등에 업혀 이 길을 갔고아비가 되어서는 어린 자식 업고 가던 길 오늘은 나 혼자 간다 함부로 사랑하고함부로 미워했던한 번도 믿은 적이 없었던 길 오늘도 나 혼자 간다 note언제나 배경이었던 서럽도록 아름다운 나의 歲月혼자 길 위에서 내 나이를 계산하다가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지구의 자전속도가 빨라지는 것인데 이 사실이 서운한 게 아니라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을 인생 이상의 그 나라가 자주 궁금해지는 것이다.다시 길을 내며 가야하는 지금세월이 흐를수록 기다림을 남발하는 내 영토엔 언제나 나를 반대편으로 끌어당기는 또 하나의 내가 있다끝없는 .. 2025. 3. 21. 커피 파는 여자 커피 파는 여자/담채 물난리 한 방에 터를 잃고인생 60고개를 비척비척 넘어온 사람 도봉산 산 뿌리에 무허가 천막 세워새소리 도토리 떨어지는 소리고루 섞어 커피를 팔고 있다 긴긴 낮그늘 속에 못박혀 인생 작파하고 상수리나무 한 그루 기둥 삼아거기서 살다가 가고 싶다는 女子 2025. 3. 20. 이전 1 2 3 4 ··· 12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