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常23 첫눈 2024.11.27 - 첫눈/담채 서울에는 117년 만에 가장 많은 첫눈이 내렸다는 보도다.이날 나는 병원 두 곳을 찾았다.한 병원에서는 어머니 6개월치 약을 처방 받고, 반포에 위치한 또 한 병원에서는복통 때문에 복용하는 내 약을 처방 받았다.오후 2시경 반포에 있는 병원에서 지하철역까지 걸어가는 약 10여 분,앞이 안 보일 정도로 목화꽃 같은 첫눈이 쏟아지고 있었다. 나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다. 두꺼운 하프코트 깃을 세우고 눈보라 속을 다만 느리게 아주 천천히 걸었다. 늙음에 대하여 입 아프게 떠들다가 아내와 함께 첫눈을 밟아보는 죄를 짓고 있었다. 누구였을까, 눈보라를 뚫고 왔다가 돌아간 많은 사람들의 어지러운 발자국들.나는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면서 한 시간 이상 자하철을 타고 집으.. 2024. 11. 29. 2024.05.08/맑음 2024.05.08/맑음 시간이 많은 날들이 오히려 불안을 키운다. AI기술의 출현은 인류가 핵을 발명한 것과 같다는 뉴스를 보다가 깜빡 잠이 들었고 다시 깨어 물 한 컵을 마시고 이 생각 저 생각에 빠져있는 동안 새벽이 왔다. 딱 세 시간 자고 나니 늦은 아침 시간이다.노모에게 전화를 드리고 평일과 다름없는 어버이날을 보내고 있던 중아직 개강을 하지 못한 의대생 외손녀와 함께 딸이 왔다.엇그제 어버이날을 대신해 아들 식구와 미리 식사를 했는데도 그냥 넘어가기가 서운했던지 키위.연어. 버섯. 양상추. 쇠고기 등 먹거리를사 들고 다시 들렀다. 아내가 정기적으로 받는 혈액검사에서 혈료량이 많아 종합병원에서 재검사를 의뢰해 보라는 통보를 받고 한일병원을 찾아 비뇨기과 진료를 받았다.잘생기지도 않고 매우.. 2024. 5. 8. 2024.05.04/맑음 2024.05.04/맑음 세월은 너무 빨라 아득히 먼 길을 온 듯도 하고 지금의 내 나이를 믿지 못할 때가 있다. 마음은 청춘이라는 것도 순전히 생각이 그렇다는 것이지밖으로 보이는 나는 이제 아저씨를 지나 꼼짝없이 할아버지의 대열에 진입해있다. 며칠 후면 어버이 날이다.딸과 아들이 점심을 사주러 동네에 왔다.소갈비살과 냉면을 먹었는데 나는 오늘도 야채죽이다.자고 새면 오르는 게 요즘 물가다.제법 비싼 식당 밥을 먹었어도 가난했던 유년기를 공유하는 노년 세대들은어머니가 해준 밥을 지상 최고의 식사로 기억한다. 식사가 끝난 후 아들과 딸이 용돈을 주었는데 되돌려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부모에 대한 예절이려니 생각하여 고맙게 받고 나는 나대로 착한 여동생과 함께 계시는 노모에게 용돈을 보냈다. 자식하고 .. 2024. 5. 3. 2024.05.02 / 맑음 2024.05.02 / 맑음 며느리의 생일을 깜빡하고 그냥 지나쳤다.이제는 적어두지 않으면 내 생일도 까먹게 생겼다.아들에게 전화해서 자초지종 얘기했더니 이젠 안 챙겨도 괜찮다고 했지만무심한 듯 보여질까 마음이 쓰였다. 곧 어린이 날이고 어버이 날인 5월 8일은 막내 손자가 태어난 날이다.달력에다 표시는 해두었지만 병원 가는 날에만 신경을 쏟다보니 그마저도 잊어버릴까싶어 미리 용돈을 보내기로 했다. 아침 일찍 노모의 전화를 받았다.여동생에게서 최고의 보살핌을 받는 중에도 안면도에 가셔서 여름을 보내고 싶다 하신다.겨우 하루 세 시간인 요양보호사의 도움으로만 생활하시겠다는 것인데 그러기엔 연세로 보나 건강상태로 보나 불가한 일이다. 그런데도 막무가내 안면도로 데려다 달라 하신다.아버지와의 결혼 이후 .. 2024. 5. 2. 2024.04.28 2024.04.28 맑음/ 밤 10시 경 안면도에서 전화가 왔다.혼자 계시던 노모를 여동생이 모시고 간 후 살던 집이 몇 달째 비어있다.이 빈집을 세를 놓으라는 전화다.그렇지 않아도 몇 달째 비어있던 집이라 신경이 갔었는데 잘 된 일이다.이 집은 각종 관공서와 하나로마트, 6개의 병의원, 버스터미널, 시장 등의 편의시설이 반경 200m 안에 자리 잡은 남향으로 주거지로는 가장 좋은 위치이며지은지 십 년이 채 안 된 비교적 깨끗한 원룸이다.시골임에도 집이 모자라 셋방이 많은 동네.그럼에도 혹 노모께서 다시 내려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지금까지 비워두고있다가 전화를 받고 월세를 주기로 했다.월 50만원 정도는 받을 수 있었지만 관리를 목적으로 한 만큼 매월 10만원씩만받겠다고 하니 연신 고맙다는 말을 했다.집.. 2024. 4. 28. 2024.04.27 2024.04.27 맑음/ 오늘은 중식 모임이 있는 날,친구에게 죽을 가지고 가겠다 하니 본죽을 사가지고 갈테니걱정 말고 빈손으로 오라고 한다.약속장소에 가보니 친구가 먼저 와 어떤 죽을 좋아할지 몰라 전복죽괴 야채죽 두 종류를 사왔다며 봉투를 내밀었다.강남역에 위치한 고급레스토랑 샐러드 바엔 정갈하고 맛있는 음식들이 즐비했다.일행 모두가 샐러드바에 차려진 음식을 날라다 먹고 마지막으로 나온 스테이크를 자르는 동안 나는 죽그릇에 수저를 담그고 있었다. 나는 친구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바라보며 꾸역꾸역 죽을 퍼 먹었다. 식사 모임에서 죽으로 때운 것은 처음이다. 친구가 22,000원을 들여 사온 죽맛이 형편없었다.평소 손님이 많았던 레스토랑 인데도 빈 테이블이 많은 걸 보니 서울의 중심인 강남쪽에도.. 2024. 4. 27.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