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老年日記54

老年日記59 - 나 혼자 간다 老年日記59 - 나 혼자 간다  길을 가다보면언젠가 한 번 간 적이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나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지나가서 그럴 것이다 어려서는 어머니 등에 업혀 이 길을 갔고아비가 되어서는 어린 자식 업고 가던 길 오늘은 나 혼자 간다 함부로 사랑하고함부로 미워했던한 번도 믿은 적이 없었던 길 오늘도 나 혼자 간다 note언제나 배경이었던 서럽도록 아름다운 나의 歲月혼자 길 위에서 내 나이를 계산하다가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지구의 ​자전속도가 빨라지는 것인데 이 사실이 서운한 게 아니라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을 인생 이상의 그 나라가 자주 ​궁금해지는 것이다.다시 길을 내며 가야하는 지금세월이 흐를수록 기다림을 남발하는 내 영토엔 언제나 나를 반대편으로 끌어당기는 또 하나의 내가 있다끝없는 .. 2025. 3. 21.
老年日記58 - 離別에 대한 생각 老年日記58 - 이별에 대한 생각 / 담채 ​지상에서 내가 온 그 나라로 돌아가는 것을 죽음이라 하고  영혼의 나라에서 지상을 방문하는 것을 환생이라고 한다 누군가는 이 시차를 잠시의 이별이라고 한다 다가오는 시간은 언제나 지나갈 세월아쉬운 이별 끝에 만남이 있듯이번 생은 수천 생을 바쳐 받아낸 훈장이다 시간의 뜻은내게 주어진 만큼만 살다 가라는 것이다 더 나아갈 곳 없는 노년에는까닭 없는 서러움과 다시 관계를 맺는 것이다 영혼의 결정이몸보다 먼저 이루어져야 하는 날 영원에 실패한 것들이바람 속을 빠져나간다 2025. 3. 19.
老年日記57 - 빈 구석 老年日記57 -  빈 구석 /담채 반질반질한 사람이 나는 싫다빈 구석이 보이는 사람이 좋다 헛점도 매력이다사소한 친절에도 감격하는 나는 이런 신념을 굳히기 위해 오늘도 어수룩하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팍팍한  세상에서 남에게 잘 속아주는 나는 꼭 필요한 사람이다 지기 위해 피는 꽃도 있지만 핀 듯 안 핀 듯  하여간 피어서 바람 부는 세상에서있는 듯 없는 듯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이 나는 좋다 2025. 3. 4.
老年日記56 - 노모의 세족 老年日記56 - 노모의 세족/담채 가뭄처럼 터진 두 발바닥밑바닥만 전전해서 구두창 같은 발바닥찬물 깊이 데워 노모의 맨발을 씻는다 수심 찬 질문들이 뒤척이는 환청의 발짝 소리 뒤척이는 날마다 삶의 수렁 헤쳐 나온 발바닥 발가락 사이사이구석마다 갇힌 흙냄새와 소금눈물 뒤척이는 긴 행로를 씻는다죄 많은 내가두 무릎 꿇고99세 노모의 맨발을 씻는다쓸쓸히 저물어간 이번 생의 전언이듯많은 각질이 밀려나온 물이 차고 희다 2025.03  note어머니의 발바닥은 聖발바닥이다.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 아무런 할 말이 없었다.하지만 이 모호하고 불확실한 시공간 속을 산책하는 일은 오랜 버릇대로 지속될 것이다.그 길 위에서 낯설면서도 낯익은 방식으로 살며 사랑하며 죽어가는 사람과 사물들을 나만의 낯선 눈으로 포착할 수.. 2025. 3. 4.
老年日記55 - 인연 외 老年日記55 - 인연/담채 어떤 노인은 눈이 침침해지자앞이 보이더라 했다눈을 감으니 더 많은 것이 보이고마음을 비우니 앞이 보이더라 했다온 몸에 힘을 빼고 나서야비로소 보이는 마음의 경지인연이 그랬다떠나고 나니그제서야 오랜 부재로 남아 있는부재 아닌 부재로 남아 있는 2025. 3. 3.
老年日記54 - 묵음黙音 老年日記54 - 묵음黙音/담채 이 한 줌 生黙音 하나 짚어보는 순간 구름도 멀리 흘러꽃잎 지듯 바람 불고 날이 차다  모든 풍경이한 잎 석양을 거느렸으니 휘어진 길 위에 누추를 벗어두고 깊은 날이 다 간다  이곳에선 누구나 나그네일 뿐꽃 떨어져 밟히는 그 짧은 사이한 사람의 생애가 왔다가 간다 문득,사람이 그리워진다정직한 세월은수정할 수 없는 직선이다 2025.03.02   절개지/담채 산이 슬퍼 보일 때가 있다 희끗한 뼈마디를 드러낸 절개지, 마른 피 같은 황토가 쏟아져 내린다자귀나무는 뿌리로 낭떠러지를 버틴다 앞발이 잘리고도 언제 다시 발톱을 세울지 몰라 사람들이 그물로 가둬 놓았다 아물지 않은 상처가 곪아가는지 파헤쳐진 흙점에서 벌레가 기어나온다 바람이 신음을 뱉어낼 때마다 맨살 드러난 뿌리 하나로.. 2025. 3.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