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自作詩235

간월암看月庵에서 간월암看月庵에서/강성백 西海에 물이 차면천수만 간월암*이 물 위에 뜬다 극락도 아수라도 그 아래삼백예순 날 노승 두엇부처님께 비는지하루에 두 번 물길이 열린다 나는그 길을 밟고 암자에 들어천리향 꽃향이 번지는 절 마당에 서 있다 멀리 온 것 같으나길은 제 자리 나는 없고고요한 목조보살좌상하루에도 천만 번 생각을 닦는다 2012.05 note* 瑞山市 浮石面 간월도에 있는 작은 암자. ( 만조 시 물이 차면 섬이 되고, 하루에 두 번 간조 때마다 바닷길이 열린다) 2025. 3. 31.
벼이삭을 바라보며 벼이삭을 바라보며/담채                         나도 저렇게 익어갈 수 있는가여물수록 고개를 숙이는저물어가는 나에게 말씀을 주시는 무릎을 향하여 고개를 숙인 모습은세상에서 가장 편안하고 아늑한 胎兒의 자세 나도 저렇게 익어사람이 살아가는 길 위에 씨앗으로 뿌려질 수 있기를 2025. 3. 19.
갯마을 갯마을/담채 달의 힘을 물려받은 바다는거대한 인력引力으로 섬사람들을 끌어들인다깨진 유빙 조각 떼 지어 떠내려가는 천수만 상류한 무리의 아낙네들이 언 바다에 엎드려 굴을 쪼고 있다한 손에 조새* 쥐고 한 손에 양재기 들고칼바람 뒤집어쓰고 굴을 쪼고 있다 오랜 기침들이 가라앉는 굴 밭의 아침누군가는 뼛속에 바람이 들고누군가는 그곳에서 길을 잃는다바다는 이 마을의 누대의 허기를 다스려왔으므로오래된 허기들이 한사코 바다로 빨려 드는 것이다뼛속에 바람이 든 사람들이 간간이 먹먹한 혈穴을 짚으며노란 양재기 속을 들여다보는 시간별이 되려다 한恨이 된 굴이 연신 글썽거린다 한 걸음 달아나면 두 걸음 따라오는 바다달이 힘껏 들어 올린 바다가 가장자리를 내어주자퉁퉁 부어오른 발목들이 서로의 상처를 들여다보며다시 바다 쪽으.. 2025. 3. 17.
밀물이 오는 저녁 밀물이 오는 저녁/담채 물이 온다어린 고둥이 숨을 참는다 물이 물을 들여명치까지 차오르는내 안의 수위 어떤 뜻이물과 바람 모래의 거처에 나를 세워영혼을 흐르게 하고물은 다시 들어 무엇을 내리며 떠나려는가 저녁으로 갈수록바다는 눈시울이 붉어지고이생에 전념하는 손들이 물 밖으로 울음을 내밀 때물금을 새로 그으며밀물이 오는 저녁 지붕 위에서 고양이가 길게 운다 사람들은 물 위에서 장엄한 하루를 살고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새들은 치성을 드린다  바람을 따라가다 지친듯 멈춘 만조滿潮의 끝물 한쪽이 패인 낮달이 진다 2025. 3. 15.
구두수선공 아저씨 구두수선공 아저씨/담채  공중을 날아다니다 툭, 떨어진 풀씨처럼낯선 담벼락 밑에 주저앉은 구두수선공 아저씨열 손가락 열 손톱이 흠집 투성이다오늘은 이 거리 내일은 저 거리삶의 줄기를 뻗으며 누추로 떠돌아도청주에 집이 두 채, 넥타이 맨 아들이 둘, 조강지처 하나그러고도 생전에 먹고 살 것 다 챙겨놓았다 한다자본도 필요 없고학벌도 필요 없어빈둥거리는 젊은이에게 손기술을 전해주고 싶어도 배우겠다는 사람아직 만나지 못했다는 것이다작은 쇠망치를 쥔 손이타악기를 두드리듯 신들린 듯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누군가가 벗어던진 발바닥 냄새를 뜨겁게 끌어안고마치 자신의 生을 갈아 끼우기라도 하는 듯 공들여 구두창을 갈고 있다오늘도 바람 속에 쪼그려 앉아낡은 구두 속에 영혼을 심는 그의 몸에서장구한 문장들이 꿈틀거린다못 박힌.. 2025. 3. 13.
가족관계 증명서 가족관계 증명서/담채가족관계증명서 한 통 떼어 가만히 들여다본다일찍 돌아가신 3대 독자 아버지와어머니와 아내와 아들과 딸과 나,이 종이 한 장이 우리가 한 가족임을 증명하려 들고 있다달빛 하나로 밤을 밝히던 먼 밀렵의 시대이름마저 없었을 나의 조상들은 무엇으로 혈육의관계를 증명했을까짐승의 울음소리 겹겹이 쌓이는 어느 나무 아래식구들이 둘러앉아하루에도 몇 번씩 살을 문대며우-우 소리를 내며자신을 빼닮은 눈빛과 피부와 곧은 사지四枝들을 확인하며따뜻한 저녁을 맞이했을 것이다길도 없는 밀림 속을 맨발로 달려 사냥에서 돌아온 아버지가눈이 큰 아내에게 사슴 뼈로 만든 목걸이를 걸어주며자신의 사랑을 증명했을 것이다핏줄이란 아주 먼 시간으로부터외줄로 흘러온 고독한 운명체아버지의 말발굽소리가 어머니의 시냇물소리가얼머나 .. 2025. 3.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