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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作詩219

기적은 가장 절박한 순간에 만들어진다 기적은 가장 절박한 순간에 만들어진다 /담채 2010.09.02 새벽초속 52km의 초강력 태풍 곤파스*가 서해안을 관통했다지표의 잡초들이 모두 쓰러진 태안 안흥 간 국도변무성했던 벚나무 가로수들이 이파리 하나 없이말뚝처럼 서 있다삽시간에 생장동력을 잃어버린 벌거숭이 나무들이아슬아슬 생을 견뎌내는 9월초잎 하나 없는 나무에서 때아닌 벚꽃들이 하얗게 피어나고 있다모든 뿌리의 水深은 수만 리 눈물길,生의 위기를 알아차린 뿌리가재빨리 꽃잎을 밀어내어 광합성을 대신하게 한 것이란다세상 어디에 저토록 환한 꽃이 있으랴생사를 넘나든 나무들이 간절히 만들어낸 길 하나기적은 가장 절박한 순간에 만들어진다         note * 2010.09.02 새벽 2시부터 5시 사이 서해안을 관통한 태풍  이 태풍으로 안면도의.. 2024. 6. 4.
길에 대한 명상 길에 대한 명상 / 담채 길을 가다 보면  길을 잘못 들기도 하고 한 발을 내디디면 두 걸음 뒷걸음질 칠 수도 있고 숨 가쁘게 걸어도 제자리걸음인 때가 있다  내가 성인이 되었을 때 안갯속 미로처럼 길게 휘어진 길과나무와 꽃이 향기로운 아름다운 길 이렇게 두 갈래의 길이 있었다몸 하나로 두 길을 갈 수 없어그곳에 서서 두 갈래의 길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많은 생각 끝에 나는  한쪽 길을 선택했다모두 가보지 않은 길이었지만 꽃과 나무가 우거진 길이 나을 법 하기에가야 할 방향을 지침해 놓은 화살표를 따라 꾸준히 열심히 걷기 시작했다하지만 길은 또 다른 길로 이어지는 법한 번 의 선택을 바끌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먼먼 훗날 나는 한숨 쉬며 이렇게 말할 것이다 어느 숲속에서 두 갈래의.. 2024. 5. 4.
사랑 사랑/담채 사랑... 그 인연 긴 江으로 흘러 바다에 이르면 그렇게 쌓인 울음 제 물빛 되는가 무제無題 /담채 엄동설한 대동강 얼은 물 백 바가지 퍼다가 내 살로 데워 너를 씻겨주면 네 몸에서 꽃이 필까 눈물이 필까 note 무엇을 사랑한다는 것도 사실 끔찍하게 서로 다르다. 물을 줘야 자라고 정성을 줘야 자라는 꽃 같은 인연들, 우연이든 필연이든 우리는 그 緣에 속해있다. 사랑에 대하여/담채 사랑은 불확실하고 이별은 확실하다 그러나 사랑보다 오래가는 것은 없다 2024. 3. 25.
의문疑問 의문疑問/담채 아내는 죽어야 많이 타는 생명보험에 꾸준히 돈을 붓고 있다 죽은 후에도 돈이 필요했던 걸까 아내는 고단한 삶의 등에 짐 하나를 더 얹었다 알에서 깨어나 열심히 살아온 개미들이 좁은 마을길을 일열로 횡단하고 있다 누군가의 발바닥이 지나간 자리마다 죽은 개미들이 무더기로 으깨져 있다 부지런한 저들은 왜 생명보험을 간과했을까 오늘도 어제처럼 살고 내일도 오늘처럼 살 게 뻔한 아내가 죽어봐야 알 수 있는 일에 없는 돈을 꼬박꼬박 붓고 있다 1998.05 묵상黙想/담채 눈 감으면 어떤 것은 안 보이고 어떤 것은 더 잘 보인다 아, 오늘도 하루 해가 다 갔구나 永遠에 실패한 것들이 바람 속을 간다 2024.03.24 2024. 3. 24.
生의 길 生의 길/담채 살얼음판 生의 길 한 걸음 한 걸음이 쓰라린 문장이다 生의 길은 어디에나 언덕이 많은 것인데 입만 열면 百歲人生 말을 하니 사람이 점점 귀신을 닮아간다 인생의 노래가 쓸쓸한 것은 모두가 오래 살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어제도 내일도 없이 달랑 오늘을 사는 하루살이를 생각하며 나는 부끄러움을 느낀다 나무도 풀도 이 행성에서 늙지 않는 건 아무 것도 없다 note 단 하루를 살면서도 해 뜨는 거 보고 해 지는 거 보고 사랑하고 알을 낳고 제 할 일 다하고 삶을 불사르는 하루살이 하루를 살아도 사람답게 살지 못한다면 오래 산들 무슨 소용이겠는가. 하루살이의 일 년이 사람의 100년보다 짧다고 누가 감히 말할 수 있겠는가...... 2024. 3. 22.
겨울 덕수궁에서/담채 겨울 덕수궁에서/담채 황홀한 시작과 쓸쓸한 최후가 둥그런 돌담 안에 멈춰있다 아직도 천둥소리 마른번개 번쩍이는지 蒼然한 경내를 황급히 벗어나는 한 무리 새떼 백 년 이백 년 오백 년 飛龍의 금물결 아득히 흘려보내고도 여전히 찬란한 물결 南柯一夢을 바라보는 나무와 풀과 저 높은 돌계단 하나하나 무엇을 내리며 긴긴 시간의 물거품을 휘젓고 있는가 오늘도 구름은 저를 허락하여 바람의 방향으로 흘러가고 이 땅이 한 바퀴를 돌 때마다 뜨고 졌을 무수한 일출과 일몰 돌아올 데 없는 빛과 그림자 어디에 닿고 있는가 먼 데서 佛頭花 꽃잎 피었다 지고 한 치 앞 저승 쪽에서 또 다른 윤회가 걸어서 오는 천지간 한때 우리가 가고 온 길 다 지우는 눈보라여 2024. 3.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