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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221

먹어야 산다 먹어야 산다/담채 막내딸 보고 싶은 늙은 어머니 분당에 가시고초로의 사내가 밥을 짓는다담배꽃 피고 진 뒤 홀로 남은 씨앗처럼 쩔쩔매는 늦가을 저녁녘내가 나에게 묻고 내가 나에게 답을 하며 저녁밥을 짓는다누구 하나 없이도 生의 보풀은 일어 끼니마다 끓는 허기肉身이란 도리 없이 배가 차야 일어나고 배가 비면 주저앉는 것을산다는 것은 그저 단순한 일이다 안 먹으면 죽고 먹으면 산다 2025. 3. 31.
어떤 가난 어떤 가난 /담채 막걸리를 좋아하셨던 詩人 '천상병'그는,밥 먹을 자격도 없는 놈이라고스스로에게 다그치며탁한 막걸리 한 사발로 몸을 데웠다 ​찌그러진 빈 양재기 같이시퍼렇게 녹슬어 있는 달을 올려다보며막걸리를 마셨다 세상을 ​소퐁 온 것처럼 살아냈던 그는단 한 번歲月 앞에 무릎을 꿇었다 꿈에서라도 만난다면막걸리 몇 병과부침개 한 장 들고 가 물어보리라 이승의 누더기는 어디에 벗어두고 가셨는지가난은 어떤 별로 떠아찔한 빛으로 세상에 오시는지 누님 같던 그의 아내목순옥 여사가 그의 뒤를 따라갔다​하늘에서 아내를 영접했을 것이다地上의 모두를 데리고 소풍을 갔다 2010.10내가 살았던 안면도 중장리 해변마을에 천상병 시인이 살던 집을 옮겨 원형대로 복원해놓았다  * 수락산 산자락에서 詩人이 살았던 집* 천상병.. 2025. 3. 25.
커피 파는 여자 커피 파는 여자/담채 물난리 한 방에 터를 잃고인생 60고개를 비척비척 넘어온 사람 도봉산 산 뿌리에 무허가 천막 세워새소리 도토리  떨어지는 소리고루 섞어 커피를 팔고 있다 긴긴 낮그늘 속에 못박혀 인생 작파하고 상수리나무 한 그루 기둥 삼아거기서 살다가 가고 싶다는 女子 2025. 3. 20.
향일암向日庵에서 향일암向日庵에서/담채 절 마당  아래로 무량한 바다마디마디 허공을 쥐고 바라춤을 추듯출렁거린다산이며 바다며 끝없는 바람소리 어찌 다 헤아릴 수 있을까마는물과 땅이 만나는 금오산에 나무 그림자 깊다몸은 저절로 낮아지고귀 열고 입산入山하는 것마다 소리를 낮추니그 떨리는 걸음들이 어느 벌레 하나의 노래여도 좋겠다이생의 고뇌가 온몸에 기록된 낡은 경전 같은 몸들이만 가지 근심을 떠메고 애써 오르는 관음전몸도 마음도 가뭄인 형태로그 끝없는 발짝 소리 다만 보듬고 가노라면 언젠가는 내 몸도 새 뼈 얻어 잠깐 반짝이려나 바다로 달려가다 물을 만나 문득 멈춘 산 뿌리돌로 된 형상을 버리고싯다르타의 맨발이 된 바위와 거북이 된 바위들도비 오면 젖고눈 오면 추우니우리는 모두사는 일로 同病相憐인 것이니 2025. 3. 18.
봄날이 간다 봄날이 간다/담채 고추 벌레 구멍 같은 길을침묵으로 뚫고 온 꽃 한 송이 달걀 3개로 석유 한 홉을 바꿔등잔 불 밑에서 읽었던 소설책처럼 읽고 또 읽는다 꽃잎은 한없이 아름답고 가벼워 바람이 데려가는가황사가 지나간 후 꽃이 보이지 않는다꽃을 보러 왔던 새들도 산으로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이제 그만 툭, 부러져 놓아주고 싶은아름다운 것들이 쇠잔한 老年에 표착한 봄날이샛길 하나 없이 진다  note이제 또 다른 불안을 내 허파에 기른다작고 소외된 것들이 유독 눈에 들어온다그것들을 통해 나를 들여다보고가장 중요한 얘기를 가장 순한 것들에게 걸어서 대화를 나눈다초긴장과 같은 이름 모를 어느 生의 삶과 죽음의 순간을가장 따뜻한 언어로 옮기고 싶을 때나는, 나에 대하여 자연에 대하여 세상에 대하여한 번 더 질문을.. 2025. 3. 10.
천공天空 천공天空/담채 그것이 사랑이든그것이 그리움이든 내 뼈와 부딪치던 사소한 아픔 다 내려놓고 그리하여가난 한 채 들여魂만 지니면 사뭇,그리운 이는그리운 채로 사뭇, 사랑하는 이는사랑하는 채로 끝 모를 天空에 흘러갈 때제 물빛 얻으려나 , 2025. 3.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