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버스/담채
밤 버스를 탔다
긴 터널로 버스가 들어가는 바람에
핸드폰 통화가 끊겼다
이미 뚫린 굴인데도
들어갈 때마다 뚫고 들어가는 기분이다
제 몸 아닌 것이 불쑥 뚫고 들어오면
다 그런 법
저승도 어쩌면 그러하리
낯선 누군가 홀연 나타나면
누군가 알아 보기 위해 불도 켜고 질문도 하고
부산해질 것이다
저 멀리 반짝거리는 별빛 하나
누군가의 영혼이
방금 도착한 모양이다
휴대폰이 다시 울린다
거울 앞에서/담채
나에게 묻는다
지난가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몇 번이나 하늘을 올려다보았는가
아직도 정확히 알 수 없는
내 인생의 깊은 데서
출렁이고 있는 슬픔
혹은 외로움 때문에 투명하게 고인 눈물이
좁은 가슴에서 출렁인다
내 가슴에 사는
슬프고 쓸쓸한 것들이 만져질 적이면
차고 쓸쓸한 그 무엇이 소리 없이 다가온다
늙은 나는
맑은 거울 앞에서
이제야 겨우 듣는 법을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