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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밤 버스 외/담채

by 담채淡彩 2024. 11. 26.

밤 버스/담채

 

밤 버스를 탔다

긴 터널로 버스가 들어가는 바람에

핸드폰 통화가 끊겼다

이미 뚫린 굴인데도

들어갈 때마다 뚫고 들어가는 기분이다

 

제 몸 아닌 것이 불쑥 뚫고 들어오면

다 그런 법

저승도 어쩌면 그러하리

낯선 누군가 홀연 나타나면

누군가 알아 보기 위해 불도 켜고 질문도 하고

부산해질 것이다

저 멀리 반짝거리는 별빛 하나

누군가의 영혼이

방금 도착한 모양이다

 

휴대폰이 다시 울린다

 

 

거울 앞에서/담채

 

나에게 묻는다

지난가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몇 번이나 하늘을 올려다보았는가

 

아직도 정확히 알 수 없는

내 인생의 깊은 데서

출렁이고 있는 슬픔

혹은 외로움 때문에 투명하게 고인 눈물이

좁은 가슴에서 출렁인다  

내 가슴에 사는

슬프고 쓸쓸한 것들이 만져질 적이면

차고 쓸쓸한 그 무엇이 소리 없이 다가온다 

 

늙은 나는

맑은 거울 앞에서

이제야 겨우 듣는 법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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