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104 - 낙타 詩를 읽는 밤/담채
가도 그만 안 가도 그만인
문학행사에 다녀온 날
낙타의 詩 다시 읽다가
고개를 외틀어 나를 노려보는 낙타를 보았다
이유를 모르는 모래 폭풍이
경적을 울리며 따라오고
땅속 깊숙이 모래 흐르는 소리 들린다
낙타는
다음 생엔 사람이 된다
언제부턴가 시작된 윤회의 반경,
동물의 세계에도 눈물겨운 환생의 염원이 있다
짐승도 식물도 무생물도
자신의 삶엔 다 생각이 깊다
나는, 밀교의 呪文 같은 낙타의 시를 외우고 다니다가
나태해지는 시간이면 아무 때나 되뇌어보는 버릇이 생겼다
폭염이 찍힐 때마다 순종의 눈을 깜빡거리는
낙타의 詩 다시 읽는 밤
적막한 방 안 모래 거품이 흩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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