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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그물을 깁다 /담채

by 담채淡彩 2025. 2. 24.

그물을 깁다 /담채

 

구릿빛 한 사내가

햇빛이 가득 피어 

쓰라린 모래밭에 앉아 찢긴 그물을 깁는다

 

어린 물고기는

다시 바다로 나아가게 환생의 길목을 열어두고

깊이를 알 수 없는 해저에 

간절한 기도를 매단다

 

세상은 언제나 바람 불고

기워야 할 것도 많은데

기워도 기워도 아물지 않는 삶을 위하여

무언가 빠져나간 틈과 틈 힘껏 당겨 여민다

 

살아가야 할 날들이

그물 줄에 매달려 있으므로

소금꽃 무거운 마른 손 종일 울려가며

찢긴 그물을 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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