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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사막에 들다

by 담채淡彩 2025. 2. 23.

사막에 들다/담채

 

사는 일 모두가 비지땀을 흘리며 모래산을 넘는 일,

나는 아무 준비 없이 불모의 사막에 툭 던져진 낙타 한 마리

 

꿈인 듯 생시인 듯 떨리는 맥박소리를 쥐고 광막한 세상의 사구砂丘를 넘는다

모래바람이 경적을 울리며 따라오고 몸속의 수분이 조용히 빠져나가는 곳

 

모래가 증명하는 것은 오직 모래뿐

모래 위에 한 목숨이 떨어지면 살아서 뜨겁고 애달팠던 곳부터 먼저 젖는다

 

돌아올 수 없는 흰 뼈들이 웅웅 소리 내어 울 때마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사막이 번져나간다

 

모든 生은 윤회하므로

누구나 한 번은 낙타가 되어 죄 없이도 갈증하며 모래산을 넘어야 하리

 

세상은 아직도 이별이 자주 오고 무위의 약속들 끝없이 흘러가는데 몸속으로

들어온 낙타 한 마리 가도 가도 모래뿐인 사막을 절룩 절룩 가고 있다

 

서쪽으로 서쪽으로 한없이 가다보면 쓰라린 모래의 땅 사막에 닿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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