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71 - 어떤 심증 / 담채
지구가 둥근 것을 알고나서 지리상의 발견이
있었다
모기는 2킬로 밖에서도 내가 있음을 알아채고
달려온다는 어느 과학자의 논문을 발견 했을 때
나는 하느님이 주신 장치가 망가져
자주 고쳐쓰기 바빴다
지금까지 반신반의하던
물에게 마음이 있다는 말은 근거가 있다
큰 나무들이 예감을 가지고 있다는 설은
심증이 간다
지금도 땅을 섬기며 대지가 어머니라는 종교는
믿을만 하다
구만리장천九萬里長天 /담채
여름 한 철 황망히 가고
가을이 올 때까지 오래 부스러진 당신
망극한 지상을 다 헤아리는 중인데
나도 같이 엎드려 풀 한 포기 솎아보았는가
'어미인 것만 빼고
내 生으로 흐르는 것은 하나도 닮지 마라'
섬에서 서울로 나를 밀어올린 어머니
눌러도 솟구치는 바람에 먼빛으로 오시는데
죄 짓는 도심에서 문득 바라본 서쪽 하늘
왜 이리 깊고 시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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