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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산상山上에서

by 담채淡彩 2025. 2. 1.

산상山上에서/담채

 

가장 추운 곳

가장 외로운 곳

말을 버린 곳

 

그곳에는 죽은 나무가 살아 있는 나무보다 더 당당히

태양을 향하여 無의 뼈대를 창날같이 빛내고 있었다

 

나는 그곳에 서서

世上에 대하여

할 말이 줄어들면서

차츰 내 자신을 줄여갔다

 

가지에 잎 떨어지고 나서

빈 산이 보인다

 

꽃이 떨어진 후의 꽃나무처럼

침묵으로 몸을 줄였다

하나의 빈 그릇으로 세상을 흘러갔다

 

새가 날아가고 혼자 남은 가지가

오랜 여운 흔들릴 때

이 흔들림에 닿은 내 몸에서도

잎이 떨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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