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상山上에서/담채
가장 추운 곳
가장 외로운 곳
말을 버린 곳
그곳에는 죽은 나무가 살아 있는 나무보다 더 당당히
태양을 향하여 無의 뼈대를 창날같이 빛내고 있었다
나는 그곳에 서서
世上에 대하여
할 말이 줄어들면서
차츰 내 자신을 줄여갔다
가지에 잎 떨어지고 나서
빈 산이 보인다
꽃이 떨어진 후의 꽃나무처럼
침묵으로 몸을 줄였다
하나의 빈 그릇으로 세상을 흘러갔다
새가 날아가고 혼자 남은 가지가
오랜 여운 흔들릴 때
이 흔들림에 닿은 내 몸에서도
잎이 떨어지고 있었다
'길 위에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에 대하여 (2) | 2025.02.02 |
---|---|
내가 서 있는 이 행성은 (0) | 2025.02.02 |
운명運命 (0) | 2025.01.31 |
길 위에서 76 (0) | 2025.01.19 |
길 위에서 75 - 낙타 (0) | 2025.01.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