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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윤회를 생각함*

by 담채淡彩 2023. 2. 4.

윤회를 생각함/담채


하늘의 독수리는 명상에 들고
맨발의 순례자들이 죄로 물든 영혼을 씻어내는
갠지스 강변

일주문도 없는 강이

귓바퀴 속으로 오목하게 들어앉아

물소리를 모아들이는 곳     

돈이 넉넉하면 시체가 태워지고
돈이 부족하면 시체가 덜 태워지는
그렇게 믿어온 사람들이 의지하며 살아가는
거룩하고 더러운 강

환시인 듯, 허공중에 만다라 꽃 피고
극락과 지옥이 뒤섞여
영원만이 팽창하는 흙탕물을 마시며  
이승의 정죄와 인과의 그물을 걷어내는

저승의 나라로
희디흰 내 유골의 분말이 물 위에 둥둥 뜨면
수억 광년 늙은 우주층을 지나는 그 소리의 일부가
눈썹처럼 휘어질 때
해 달 별이 그려진 반짝반짝 빛나는
금빛 수레가 혼령을 실어나르며
윤회를 근심하는 찬란한 강가
먼지 같은 내 유골이
뜨거운 장작불 위에 뿌려지는 꽃잎처럼
산산이 흩뿌려지면 나는
저승으로 가지 않고,
가지 않고
은하계 밖 몇 개의 지구 같은 별들 사이를
한 천 년 떠돌다가
이곳으로 다시 오리

오직 과거에서 미래로만 흐르는
한강으로 금강으로 서해 바다 어느 섬으로
어머니의 첫 부름이 들려오는
내 원죄의 나라로
한 가닥 한 가닥
흰 뼈마디마다 풀꽃 피고 진달래 피고
슬픔마저도 꽃이 되는
끝없는 끝의 먼 나라
드디어 어머니의 나라로

나는 다시 오리

***
이 늘그막에 神과의 대화를 시도해본다.
나는 사람으로 태어났으므로 다만 순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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