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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원근을 무시한 풍경*

by 담채淡彩 2023. 1. 30.

원근을 무시한 풍경/담채

 

반나절을 왕복하여

흙탕물 한 동이를 이고 오는 마사이족 처자들

여전히 물웅덩이는 멀고

우기는 더 멀다

비극적으로 지구 곳곳은 지금도 이상기후 현상으로

몸살을 앓는다

비 한 방울 없는 사막에서도

물을 물 쓰듯 하는 기형적 귀족들

이 오아시스 주인들은 여러 아내까지 거느린 세습된 부자다

원근을 무시한

이 풍경 ,

40주야 비가 내리면 노아의 홍수가 오고

100일 동안 비가 내리지 않으면 세상은 사막이 된다

흙탕물 한 동이를 이고 반나절을 걸어와

그 물로 저녁을 짓는

아프리카 처자들

 

내 잘못이 아닌데도

자꾸만 미안한 생각이 드는 것이다

 

***

이 불모의 땅에 지하수를 개발하기 위해 아프리카로 떠난 엣직장 동료들이 있다.
비록 같은 직군이 아닐지라도 벌레가 들어갔다 나온 라면을 먹으며 물줄기를 찾고 있는 동료들

그들이 찾아낸 폭포처럼 쏟아지는 물줄기 앞에서 성호를 긋는

아프리카 처자들의 행복한 얼굴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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