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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장글, 詩作 note32

오후 3시의 적막* 오후 3시의 적막/담채 공사판 모래더미 위에 숫가락처럼 꽂힌 한자루 삽 밀짚모자를 눌러 쓴 늙은 인부가 그 앞에 앉아 담배를 태우고 있다 아주 긴 시간 홀로 사막을 넘다가 신기루 바라보다 보다가 말다가 가난이 흘러가는 서쪽 영혼이 불려가는 동쪽 푸른 담배 연기가 혜성의 꼬리처럼 길게 번져나가는 오후 3시 하루하루를 건너가는 울음이 텅 텅, 정수리를 친다 *** 인부가 끌어안은 삶은, 자신을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마다 더욱 완강하게 자신을 붙잡는 삶이다. 하루하루를 건너가는 울음이 투명하다. 2022. 11. 22.
存在로서의 生命 存在로서의 生命/ 살아 있는 모든 것에 본시부터 생명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생명의 가장 원초적 단계로 볼 수 있는 것은 Virus라고 하는 극히 미세한 생명체인데 이것은 자기복제능력이 있는 DNA를 포함한 단백질과 지방의 복합체라고 할 수 있다. 생물과 무생물의 차별점이 자기복제능력의 유무라고 한다면 이 Virus는 스스로는 번식능력이 없고 숙주(宿主)인 다른 세포 속으로 들어가야만 비로소 자기복제를 시작할 수가 있는 것이다. 지구상에 가장 먼저 생겨난 생물체, 즉 생명의 기원은 아마도 갖가지 원소로 구성된 화학물질의 덩어리가 어떤 계기에 의해서, 예를 들어 부싯돌이 부딪혀서 불꽃을 내듯이, 이런 Virus와 같은 자기 복제능력을 가진 단백질, 즉 최초의 생물이 되었을 것이라고 여러 과학자들이 추정하고.. 2022. 9. 29.
神과 나눈 이야기 6 - Neale Donald Walsh* 神과 나눈 이야기 6 - Neale Donald Walsh 사후에 대하여 죽음 이후, 사후에는, 자기가 지금까지 어떤 존재였는지, 그 모든 것을 훤히 볼 수 있다. ​그때는 “그게 우리의 깨달음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의 지금 이 순간에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말하는 저승이나 내세에서 사후에 “어떠한 심판이나 처벌도 존재하지 않는다”. 심판하기를 좋아하는 것은 “인간들” 뿐이다. 심지어 스스로도 자신을 심판하지 않는다. 이것을 우리가 받으들이기를 거부하는 “위대한 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곳에서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했던 모든 것들을 다시 돌아보고 우리가 말하는 ‘자신’과 ​‘되고자 하는 자신’에 근거하여, 만일 뭔가를 달리 선택할 것이 있다면 ​다시 선택할 “기회”는 .. 2022. 9. 26.
발足* 발足/담채 가벼운 것들이 그리워 날아오르고 싶은 날 길을 어르며 땅을 딛는 발 긴장하는 발바닥이 돌부리 하나 풀포기 하나 건너뛰며 발짝을 떼었을 것이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사무치게 짓눌렀을 무게들 땅으로 스며들어 묵음이 되었으리 눈에서 멀어 아픔도 조용한 발 향방 없이 멀었던 길들 얼마나 걸었는지 딱딱한 발바닥에서 불 냄새가 난다 오래 걸어온 발이 곰곰 생각했으리라 무릇 만물의 중심은 위를 짐 지고도 고요한 맨 밑바닥에서부터 세워지고 있다는 사실을 깊은 밤, 하루를 끌고 온 기도가 긴 터널을 빠져나간다 한 번쯤은 어디론가 훨훨 날아가고 싶은 발이 필사의 직립을 멈추고 맨발 모으는 시간 또다시 걸어야 하므로 맨발 위에 머문 굴곡들 가만히 짚어본다 말굽을 닮은 발바닥 맨발이 시리다 2022. 9. 3.
커피 파는 여자* 커피 파는 여자/담채 물난리 한 방에 터를 잃고 인생 60고개를 비척비척 넘어온 사람 도봉산 산 뿌리에 무허가 천막 세워 새소리 도토리 떨어지는 소리 고루 섞어 커피를 팔고 있다 긴긴 낮 그늘 속에 못박혀 인생 작파하고 상수리나무 한 그루 기둥 삼아 거기서 살다가 가고 싶다는 女子 날아가는 새는 내릴 곳을 말하지 않는다 2022. 8. 30.
방황* 방황 /담채 바람 불고 눈 내리는 거리 얼어붙은 길 위에서 오지 않을 것을 기다리며 떨고 있는 저 누구 오늘은 나를 만나야 하겠네 1999.01 2022. 8.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