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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장글, 詩作 note

아, 주말부부 35년*

by 담채淡彩 2022. 2. 19.

아, 주말부부 35년


주말부부 35년을 했다.
위로 딸, 아래로 아들 남매를 두고 있었는데 딸애 중1 때 가정방문을 한 담임으로부터 딸애를 서울로 전학을
시켰으면 좋겠다는 권유를 받았다.
영어선생이며 딸애의 담임이었던 여교사는 딸애의 전학을 권하고자 일부러 밤중에 우리집을 찾은 것이다.

자식에게 좋은 인성과 훌륭한 인격을 갖추도록 교육하고 싶었던 나로서는 그리 달갑지만은 않은
일이었다.
당시 농협에 근무하고 있던 아내는 미련 없이 사직을 하고 1988년 서울에 새 아파트를
구입 남매를 데리고 서울로 이사를 갔다.

이때부터 나는 하루아침에 독수공방 신세가 되었다.
말이 주말부부지 당시엔 토요휴무제도 없고 서해안고속도로도 개통이 되기 전인지라 때로는 한 달에 한 번 가족을
상봉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예정에 없었던 가족과의 작별과 감당할 수 없는 외로움으로 퇴근 후 찾아오는 공허감이 컸다.
그리움은 늘 북쪽에서 불어오고 나는 날마다 바람으로 날개를 지어 서울 하늘을 날았다.

 

밤이 길어/  담채

                                                               
밤이 길어
밤이 길어                    
수리부엉이 울음으로 밤이 길어

삼경에 둥그는 달과
삼경에 길 떠난 철새와           
바람의 울음으로 밤이 길어

 

멀리 있는 식구가 보고싶다
별빛 가루가루 부서져 내리며 이 밤 끝없이 떠내려가는데

적막도 거룩한 침실에
흰 달빛
무엇하러 드는가 

 

1998.12 졸시 중에서 - 주말부부 10년 차에 쓰다

 

나는 이 긴 여정 내내 영혼의 마른 땅을 돌고 돌았다.
그때 나는 많은 글을 쓴 것 같다.

돌아보면 힘들고 긴 여정이었다.
산 것도 같고 안 산 것도 같은 아내와의 결혼생활,
일찍 고향을 떠나 서울에서 공부를 시작했던 아이들은 장성하여 이미 슬하를 떠났다.
그토록 긴 여정 중의 득과 실을 따지기보다 그저 다 지나간 일일 뿐이다.

이제 글을 쓰는 일에도 많이 게을러졌다.
그러나 지금보다 더 낮은 곳에 들어서더라도 그동안 동행했던 것들과 오래 함께 하고 싶은 것이다.


한국인문학회 선정, 시민의시인 발표회 2009.05.21 서울역사박물관

-사회 : kbs아나운서 진양희
-낭 송자  : 2009년 당시 안병만 교과부장관. 이종걸 국회문공분과위원장, 한국정신문화원장 외 발표詩人5인.
 (우에서 두 번째 본인)

박목월 님과 정호승 님의 작품과 함께 발표작이 광화문광장에 게시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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