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老年日記54

글 머리에 글 머리에/담채 여기 있는 글들은 적막한 길 위에서 세월에 긁힌 빗금들을 마음 가는대로 적은일기 같은 기록이다이미, 歲月 저 편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떠난 것이 많으나곤고한 길 위에서 시시각각 울어대던 꿈과아직 내 안에 고스란히 남아이루 말할 수 없는 격랑으로 일렁이는 것들이다그리 말자 하면서도끊임없이 반란했던 마음과성실하게 默想하지 못한 날들까지도앙상한 그리움으로 놓여지기를 바란다너무 오래 한 곳에 머물면서대접받기를 바라지 않으매항상 꽃을 피우지 못한 罪에 소스라치며나는 지금가장 낮고 아름다운 지상의 자리에 서서하늘 아래 내세울 것 없는 나의 歲月을돌아본 것이다후일, 여기 미천한 思惟들이가까운 知人들과행여 子息에게 읽혀졌으면 좋겠다 2011.01.30 2025. 2. 25.
노년일기73 - 허공을 메우는 삶 노년일기73 - 허공을 메우는 삶/담채 처음으로 魂을 얻어 어떤 근원과 마주쳤던 순간처럼 바람결에도 쉽게 婚을 다치던 날들이 많았다단 한번의 눈마춤으로 영겁을 드나드는 인연처럼혼이 불려나가는 밤이 있다 오늘도 햇빛과 바람과 나무들의 살림살이를 가만히 들여다보다착한 저녁 속에서 꼼지락거렸다  하루를 걸어온 길이 당도처럼 끈적거렸다층층이 쌓이는 잡념들을 씻어내고 있다 그 사이로 문득 아직 야생인 내가 지나가고 낙타를 닮은 내가 보이고 문득 절벽을 오르는 내가 보인다 내가 사는 일은 날마다 허공을 메우는 일이다각을 세워 허공에 집 한 채를 짓고 또 한 채를 짓고 나면 다시 허공이 들어서는가끔씩은 허공을 짓이겨 강가에 풀기도 했었다 돌아보니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았다또 돌아보니 아무 것도 쌓인 게 없다  그러나 .. 2025. 2. 25.
노년일기 - 구구소한도九九消寒圖 노년일기 - 구구소한도九九消寒圖/담채 삶은 저만치 혼자서 외롭고 슬픈 꽃이어서누군가를 조용히 기다리는 습성이 있다. 옛날 선비들은 구구소한도(九九消寒圖)라는 일력을 만들어 추운 겨울을 지냈다고 한다.동지를 보낸 후 매화나무 가지를 그려놓고 거기에다 하루에 하나씩 매화꽃을 피우며봄을 기다린 것이다.붓끝에서 하루 한 송이씩 붉게 피어나는 꽃,여든 한 송이 홍매가 종이에 채워지면창문을 활짝 열고 가득한 설레임으로 봄을 마중했다고 한다..겨울을 보내며 봄을 기다리는 유정한 심정에는 삶에 대한 깊은 외경이 자리하고 있었을 터.새하얀 한지에 꽃을 채우며 다음 계절을 기다렸을 선비들의 마음 깊음이  그지없이 아름다워 보인다.우리의 삶을 너무 멀리까지 보려 하면 잘 보이지 않는다구구소한도는 매화그림이다.겨울 속의 봄 .. 2025. 2. 25.
老年日記72 - 나는 이미 너무 둥글어졌다 老年日記72 - 나는 이미 너무 둥글어졌다/담채 수수 천리 저 너머의 공간에 대하여 생각해 본다​물기 빠져나간 바람의 흰 깃털이 저녁 숲에 흩날렸다 깊은 숨을 몰아쉬며 빠져나가는 시간들이 달력 속에 굵은 빗금을 긋고 빠져나간다 미로처럼 휘어진 길 위에 켜켜이 응축된 시간들,팔을 들면 어깨에서일어서면 무릎에서뚝, 나뭇가지 부러지는 소리가 난다쟁기를 끌고 가는 늙은 소의 위대한 도가니를 생각하며나는 이미 너무 둥글어졌다고버릇처럼 되뇌어본다 길 위에서 나는구원에 이를만큼 나에게 충실하며 살았던 적 있었던가가시 숲에 긁히며 돌아온지친 새들이 다시 하늘을 오르며 휘파람을 분다 ​따뜻한 이승이다​나는 지금내 삶을 가장 깊게 하는슬픔 하나를 이해하는 중이다  바람이 분다그 파문에 나도 잠시 흔들려한 시절이 모두 북으.. 2025. 2. 25.
老年日記 71 - 안면도安眠島 老年日記 71 - 안면도安眠島 내 혈관 속 염분은갯벌하고 같아서고향바다 냄새가 난다 뱃길로 훌쩍 가고 싶은안면도安眠島 두고 온 것들의 배후는 그림자가 길어자꾸 뒤를 돌아보게 한다 기억의 저편에 이르면수평선 너머로 떠오르는 별 같은 얼굴들 2025. 2. 24.
老年日記70 - 이대로 살자 老年日記70 - 이대로 살자/담채 내 마음을 누가 갉아 먹었는지 바람이 숭숭 들고 있다동백꽃이 엎지른 그림자에 금이 가는 2월그리움을 보태거나 덜어내며위태롭게 균형을 잡아오던 날들 살고 죽고, 싸우고 웃고 하는 것들이 다 남의 일만 같고, 나는 영악하지도 무르지도 못한 채 애초에 던져진 모습 그대로 세상을 살아내고 있는 것이다  새벽은 길고도 멀리 있고 나는 아무 할 말 없이 밤이 외로운 신발을 신고 떠도는 바람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오늘처럼 구름 그득 끼어 흐린 날이거나, 비나 눈이 마른 뜰 앞으로 휙- 지나가는 날이면 이대로 살아주자, 그냥 이대로 살아주자 하는 마음이 드는 것이다 그동안 많은 헛발질로 일군 것들은 머지않아 부서져 날아갈 성 싶다 형이상학과 형이하학이 동거하는 날 나는 무생물로 .. 2025. 2.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