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98 - 바람의 길/담채
바람에 씻긴 세월
우리가 취하고 허락했던 길
꽃들은 낙화에 시달리고
풀잎은 갈증에 시달렸다
기다리는 동안과
꿈을 꾸는 동안이 더 행복했다
지금은 향방 없이 흘러가는 세월을
낡은 경전처럼 펼쳐놓고
두들겨 빠는 老年의 시간
이 개인사로 하여
나는 하늘의 질서 하나를 깬다
다시 올지
안 올지
알 수 없는 시간은
이번 생이
윤생을 꿈꾸고 있다는 것을
알려고 하지 않는다
2023.01.09
note
癸卯年,
새해가 바뀐 첫날부터 지구의 자전 속도가 더 빨라졌다.
아버지의 세월이 조금밖에 안 되었듯이
우리의 세월이 그러하였듯이
조금 남아있는 나의 세월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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