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람의 계절/담채
바람이 분다
허공은 바람의 영역
오늘은 오늘의 바람이 불었다
바람속에 얼굴을 담그면
내 몸에 설법처럼 들어차는 흰 뼈대들
나무는 칼바람 추위 속에
온전히 저를 들이밀고 가만히 서 있다
눈을 감고 서 있는 나뭇가지에
삼 동네 새들이 몰려와 일제히 짖어댔다
그 울음 속에
바람을 찢고 날아야 하는
고단한 깃털 하나가 흩날리고 있다
겨울은 바람이 자라는 계절
허공 깊은 곳으로 혈육을 찾아가는
바람의 걸음은 아주 오래도록 지속될
것이므로 한순간에 끝날 일이 아니며
이는 천지가 다 아는 일이다
무언가 간절히 그리워지는 겨울 해질 무렵
몸과 마음을 뚫고 들어오는 바람
천년의 중력이
제 무게에 실려
길 없는 길을 순례한다
2024.0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