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生의 부채/담채
내가 늙었다는 것은
그만큼 부채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간 위로 내가 지나가며
은혜를 받았다는 것은 지구의 자전만큼이나 정확한 사실이며
우리는 그 부채를 갚기도 전에 지상을 떠난다
영혼불멸설을 신봉하는 나는
한 번도 인생의 부채를 갚아본 적 없고
다만 내가 늙었다는 느낌만 가지고 사는 것이다
우리는 다 배우지 못한 사랑과 다 갚지 못한 부채의 강을 따라
지도에도 없는 길을 순례하고
나를 찾아 방황하는 동안에도
보편의 진리는 멀다
***
오늘 아침 문득 번개가 쳤다.
지금까지 나는 순전히 남의 신세를 지고 있었다는 것.
내가 소용하는 모든 것들이 다 남의 손을 거쳤다는 생각에 이르러
온통 타인의 도움으로 살고 있다는 신기한 결론이 나왔다.
'길 위에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4.02.09 - 아들 입원 소식 (4) | 2024.02.10 |
---|---|
영혼의 무게 (2) | 2024.02.06 |
바람의 계절 (4) | 2024.01.28 |
ㅡㅡ2024.01.27 (2) | 2024.01.27 |
밥그릇 단상 (4) | 2024.01.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