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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作詩

바지락을 캐다*

by 담채淡彩 2023. 2. 9.

바지락을 캐다/담채

                   
바다의 한 막이 벗겨지고 있다
종일 불어오는 서풍을 거슬러
썰물 빠져나간 자리
물결이 지날 때마다 수없이 덧대어진 모래들이
층층이 등고선을 이루며 천의 목숨들의
집이 되어있다
저 고요의 지충에서 꿈을 짓조개들이
모래의 무늬를 입는 시간
나는 망망한 갯벌 위에 쪼그리고 앉아 바지락을 캔다
같은 자리를 열 번 넘게 파헤쳐야
비로소 민낯을 드러내는 바지락조개들
셀 수 없는 물이랑을 넘어와 나를 향해 흘러든다
발도 지느러미도없이 모래 속을 지나온 간절한 생명들
더러는 혼자서 더러는 쑥대처럼 서로 엉켜
모래 속을 지나왔을 것이다
언젠가는 저것들이
하염없이 모래를 삼켜온 저젓들이
나에게 말을 걸어올 것이다
소금기를 몰고 온 갯바람이 온몸에 
빗금을 긋고 뭍으로 가는 시간
석양이 머리 위에 마지막 빛깔을 쏟아 붓는다  
몇 시간 째 꺾인 무릎
침묵이 깊다


 * 2015 한국농어촌문학상 수상작 

 

시상식 전 소감발표에 앞서 

 

시상식 오프닝 연주<비발디 사계 외>

 

 

한국인문학회 선정 시인 발표회 2009.05.21 서울역사박물관

-사회 : kbs아나운서 진양희

-낭 송자 : 2009년 당시 안병만 교과부장관. 이종걸 국회문공분과위원장, 한국정신문화원장 외 선정詩人5인.

(우에서 두 번째 본인)

 

본인 발표작 낭송 : 덩궁강낭콩을 심다 외1편

 

박목월 님과 정호승 님의 작품과 함께 선정시인 5인 발표작 게시.

(서울시 최초  광화문광장 내 시화게시 허가 : 세종대왕 동상 앞 게시)

 

 

裸木을 위하여/담채

 

벼랑 끝 극점 

알몸으로 서 있는 겨울 나무

모든 구멍 닫아 막고

두타*의 걸음으로 겨울을 간다 

 

바람 불면

조금 흔들리고

눈 내리면

잠시만 추위에 떨라

 

이 땅에 安居하는 것들이 이윽고 우러를 때까지

바람의 칼날에 맞서 온몸으로 흐느껴보라

 

세상에는 전신으로 공명해야 비로소 들리는 소리가 있다

 

우리가 사는 일이

그늘진 세상 귀퉁이에 뿌리 하나 내려두는 것이라면

이 추운 겨울

원 없이 떨다

다만, 시린 생을 음미해보라

 

 

* 두타(頭陀): 산야를 떠돌면서 빌어먹고 노숙하며

  온갖 쓰라림과 괴로움을 무릅쓰고 불도를 닦는 구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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