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탈밭 /담채
등뼈처럼 굽은 산비탈을
휘어진 밭이랑이 기어오르고 있다
위 이랑이 아랫이랑을 끌고
아랫이랑이 위 이랑을 미는
질긴 가난을 굴리며
평생을 비탈을 기어오르는
형벌의 땅,
아버지 어머니가 살던 나라
note
농부는 굶어 죽을 지언정 씨앗을 먹지 않는다.
비 오는 날 / 담채
종일 쏟아지는 장맛비에
주황색 능소화 뚝뚝 떨어진다
하늘이 흐려지더니 마음이 먼저 젖는다
거리로 나서 천천히 걸으면서 생각한다
비처럼 젖는
세상의 예사로운 일이며
어떤 것은 축축하여
눅눅한지 여러 날이다
지렁이가 비틀거리며 길바닥을 지나가고 있다
우비를 입은 오토바이 배달꾼이
속도를 높이며 그 위를 통과하고 있다
작은 상처 하나 봉합하지 못하는
오늘 같은 날은
저 산 너머 세상의 의붓자식 같은
내 인생을 생각했다
별나지 않은 사람들의 별나지 않은 일에
귀 기울이는 저녁까지
비는 그치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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