老年日記58 - 화양연화/담채
새가 막 자릴 뜨자 나뭇가지 요동친다
한 생이 길을 떠나는 하늘이 참 푸르다
살기 힘들다고 길게 내뱉은 한숨
아마 21g쯤 될까
이토록 가벼운 영혼의 무게에 이끌려 이승의 벽에 매달려있다
언젠나처럼 우리에게 허락된
푸른 그늘의 휴식은 너무 짧은 것이므로
세월은 젊음과 건강을 내버려 두지 않는다
젊음은 늙음에 종속되고
건강은 질병에 종속되기 때문이다
몸을 자아와 동일시하는 사람에게 늙음과 질병은
참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결국 늙음과 질병에 종속되고 만다
살아있는 지금 이 순간이 내 인생의 화양연화다
2025.02.20
밥그릇敎 / 담채
나는 밥그릇을 유일신으로 섬기는 밥그릇교의 맹신자
그 오래된 밀교密敎를 들여다보면 어느새 밥그릇이
나를 퍼먹고 있다
이것은 쌀밥과 김치의 오랜 증인인 나의 이야기
나는 한평생 밥그릇을 위해 헌신한 사람이다
태어나서 죽는 순간까지 우리는 몇 번의 숟가락질과
얼마나 많은 밥그릇을 비우게 되는 걸까.
남보다 더 많은 밥,
더 맛있고 기름진 밥을 차지하기 위해 밥벌이를
신처럼 섬기며 얼마나 많은 시간의 노예가 되었던가
밥그릇을 유일신으로 섬긴 밥그릇敎의 맹신자들은
지금도 욕망의 눈부신 블랙홀을 향해 달려간다
하지만 승자는 내가 아닌 밥그릇이다
이 밥그릇마저 놓게 되면 우리는 고봉밥 같은 봉분이 될 것이다
그러나 울지마라 그대가 발로 뛰고 있는 한
밥그릇은 그대 곁에서 항상 빛날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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