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담채
공사판 모래더미 위에 삽 한 자루 꽃혀있다
젯밥에 꽃힌 수저처럼
푹*
늙은 인부가 그 앞에 앉아 담배를 빨고 있다
다만,
오늘 하루의 햇빛에게만
예를 갖추겠다는 듯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다
구름을 바라보다가
보다가 말다가
누구에게 터뜨릴 울분도 남아있지 않다
혼자 사막을 넘는데
기를 쓰며 말매미들이 울어댄다
열기가 몰려오는 동쪽
가난이 흘러가는 서쪽
푸른 담배 연기가 혜성의 꼬리처럼 길게 번져나간다
*유홍준 모래밥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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