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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장글, 詩作 note

길 위에서 37 - 時間의 등 뒤에서*

by 담채淡彩 2020. 12. 7.

길 위에서 37 - 時間의 등 뒤에서/담채

 

 

서울로 가족을 옮기고  30년 넘게 주말부부를 했다.

길 위에 울타리를 쳐놓고 금 안에 갖혀지낸 30년....

문득, 가족과 떨어져있으면서 쓴 詩들을 꺼내보고 있다.

歲月 저 편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떠난 것이 많으나

곤고한 길 위에서 시시각각 울어대던 꿈과

아직 내 안에 고스란히 남아

이루 말할 수 없는 격랑으로 일렁이는 것들이다.

아픈 것들이 많다. 

 

2020.12.07 새벽

 

 

가을밤(2)

 

 

오래된 침대를 버리고 나서

더 넓어진 방

 

나는 혼자이고

바람은 수행 중이다

 

오늘 밤도 나무는

혼자서 잎을 보낸다

 

1994.11

 

 

밤이 길어/강성백

 

 

밤이 길어

밤이 길어

수리부엉이 울음으로 밤이 길어

 

삼경에 둥그는 달과

삼경에 길 떠난 철새와

바람의 울음으로 밤이 길어

 

멀리 있는 식구가 보고싶다

 

달빛 별빛 가루가루 부서져 내리며 이 밤 끝없이 떠내려가는데

적막도 거룩한 침실에

흰 달빛

무엇하러 드는가

 

2000년 12월 安眠島에서

 

note

사람은 혼자일 때 더 깊어지고 더 먼 곳으로 닿는다.

 

 

몸을 눕히며/강성백

 

 

임금님들 몇 분

수천 궁녀 거느리시고

이방 저방 오가시고

빨리빨리 돌아가셨네

 

모래바람 부는 열대의 대륙

일부다처 부족의 턱수염 사내는

아직도 건재하시고

 

나는

한 평생 주말부부

 

광야廣野로 떠나신

붓다도 아니면서

예수도 아니면서

聖者처럼 몸을 눕혔네

 

달려온 바람이 어둠을 물고 수런대는 밤에

두루미처럼 외로워져서

혼자 이불을 깔았네

 

바람이 부네

 

내 아내

일구월심日久月深 여사께서는

조용히 씨방을 내리고

 

또 한 계절이 가네

 

기러기를 닮은 여자가 입덧을 하는지

와-르-르-르 은행잎 쏟아지고

 

 

* 2008,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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