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담채
부처님 귀와 같이
가지를 늘어뜨린 느티나무
그 아래
오래된 직사각형 평상
한 老人이 거기 앉아
궁기의 눈빛으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다
하늘은 서늘하게 비어있다
눈부신 황혼 속을 혼자서 건너가는 석양과
집으로 돌아가는 새들이
하나로 일치하는 허공
노인은 거기 앉아
오늘 하루에게만 예를 갖추겠다는 듯
합장을 하고 있다
눈 감고
귀 닫고
둥글게 말린 몸이
작고 얇은
이승의 귀퉁이를 깎아내고 있다
note
이승의 귀퉁이는 자주 짓무르는 것이다.
그런 날 나는 神에게 빈다.
낡고 누추해진 마음 한켠에 새로이 神을 들어앉히는 일은
혼자일 때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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