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묘破墓/담채
검게 가라앉은 부토 위로
오래 삭아내린 뼛조각들
사라진 뼈들만큼 간격을 둔 채
서로 닿지 못하는 뼈들
장의사 인부들이 봉분을 열자
지층을 물고 있는 뼈 조각들
반세기 넘도록 이승을 떠나있는 동안에도
이쪽 세상을 알고 있다는 듯
빤히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다
고요히 흙으로 돌아가는 뼛조각마다
바람에 매달려가는 할머니의 그림자가 목줄처럼
늘어져 있다
축축한 지층에서
한 올 한 올 전생의 실오라기를 풀어낸 듯
길이 끊긴 墓穴
아직도 이승을 놓지 못하는 몇 가닥 뼈대가
다시 일어날 듯
전생이 그리운 듯
부식을 거절하고 있다
2001.06 안면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