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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作詩

파묘破墓

by 담채淡彩 2019. 8. 15.

파묘破墓/담채

                

검게 가라앉은 부토 위로

오래 삭아내린 뼛조각들

사라진 뼈들만큼 간격을 둔 채

서로 닿지 못하는 뼈들

 

장의사 인부들이 봉분을 열자

지층을 물고 있는 뼈 조각들

반세기 넘도록 이승을 떠나있는 동안에도

이쪽 세상을 알고 있다는 듯

빤히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다

고요히 흙으로 돌아가는 뼛조각마다

바람에 매달려가는 할머니의 그림자가 목줄처럼

늘어져 있다

축축한 지층에서

한 올 한 올 전생의 실오라기를 풀어낸 듯

길이 끊긴 墓穴

아직도 이승을 놓지 못하는 몇 가닥 뼈대가

다시 일어날 듯

전생이 그리운 듯

부식을 거절하고 있다

 

 

2001.06 안면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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