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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作詩

아름다운 집념 /강성백

by 담채淡彩 2019. 1. 24.


아름다운 집념/강성백

             

들녘 외딴집

처마 밑 빨랫줄에 제비가 집을 짓는다

만삭의 제비가 끼니도 잊은 채 외줄 위에 

집을 짓는다

한 입 한 입 물어 나른 흙이

밥사발 모양으로 둥글어갈 즈음

뿌연 흙가루를 뿌리며 황사바람이 지나갔다

짓다 만 둥지가 거꾸로 뒤집혀

대롱대롱 흔들렸다

 

두 눈이 충혈된 제비가

빨랫줄에 앉아 허물어진 둥지를 쳐다보고 있다

한참 동안 궁리에 들었던 제비가 

 뒤집힌 둥지 위에 다시 흙을 덧붙이기 시작했다  

순간 또 한 차례의 돌풍이 빨랫줄을 흔들었다

출렁짓다 만 두 번째 집에서

젖은 벽이 떨어져 나갔다

 

낙심한 제비가 죽지 안에 부리를 묻고

몇 시간째 빨랫줄에 앉아있다

잔뜩 웅크린 몸속에서 금방이라도 무르익은 알들이

쏟아질 듯 위태로운 시간이 길게 흘렀다 

야생의 길에는 샛길이 없는 걸까

부스스 몸을 털고 일어난 제비가 미사일이 나가듯

갑자기 공중으로 솟구쳤다 

연푸른 풀빛 사이로 수백 수천 번

들녘을 오가며 아사달이 탑을 쌓듯

한 켜 한 켜 흙을 쌓아올렸다

세 번째 집이 삼각형 모양의 위쪽으로 앉고 나서야

비로소 둥지가 완성되었다

위대한 집념이다

고요한 둥지 안에서 곧 산란이 시작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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