老年日記70 - 이대로 살자/담채
내 마음을 누가 갉아 먹었는지 바람이 숭숭 들고 있다
동백꽃이 엎지른 그림자에 금이 가는 2월
그리움을 보태거나 덜어내며
위태롭게 균형을 잡아오던 날들
살고 죽고, 싸우고 웃고 하는 것들이 다 남의 일만 같고,
나는 영악하지도 무르지도 못한 채 애초에 던져진 모습 그대로 세상을
살아내고 있는 것이다
새벽은 길고도 멀리 있고
나는 아무 할 말 없이 밤이 외로운 신발을 신고 떠도는 바람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오늘처럼 구름 그득 끼어 흐린 날이거나,
비나 눈이 마른 뜰 앞으로 휙- 지나가는 날이면 이대로 살아주자,
그냥 이대로 살아주자 하는 마음이 드는 것이다
그동안 많은 헛발질로 일군 것들은 머지않아 부서져 날아갈 성 싶다
형이상학과 형이하학이 동거하는 날
나는 무생물로 살아있다
202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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