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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作詩219

발톱을 깎으며 발톱을 깎으며/담채 거실 바닥에 앉아 발톱을 깎는다 흐린 눈 바짝 들이밀고 앉아 발톱을 깎는다 몸의 일부면서 크면 잘려나가는 열 개의 슬픔들 아무에게도 주목 받지 못한 설움이듯 쓰레기통에 버려진다 태어났을 때부터 발톱은 맨 아래쪽에 있었다 몸처럼 화초를 가꾸는 어머니를 보고 자랐지만 여태껏 나는 발톱 한 번 쓰다듬어 본 기억이 없다 발톱은 몸이면서 늘 바깥이었다 2024. 1. 23.
길 위에서 길 위에서 - 그리움/담채 너를 볼 수 없어 내가 아프다 보이는 하늘은 무심하게도 말짱하다 번쩍거린 섬광 같은 곧 사라질 구름 같은 너를 볼 수 없어 돌아오는 길 애써 떨어지지 않는 걸음을 옮겨 돌아서야만 하는 길 무궁할 줄 알았던 동백꽃이 우수수 순교하듯 떨어진다 note 도래지로 날아가려는 겨울 철새는 맹목적이다. 보고 싶은 한 사람을 찾아가는 길 또한 맹목적이다. 그토록 흐르고도 흐를 것이 있어서 강은 또 흐르는 것처럼 그냥 갔던 길을 또 가게 하는 것이 그리움이다. 그리움마저 사라지면 우리는 또 무엇을 바라 하루라는 언덕을 넘을 것인가... 2024. 1. 9.
징검다리 징검다리/담채 수없이 많은 사람을 건네주고도 자신은 끝내 강을 건너지 못한 이가 눈보라를 맞는다 이제 강을 건너는 일은 접어두고 육신이 모래가 될 때까지 아픈 등을 내주고 있다 바람이 부는 날이나 비가 오는 날이나 또는 어둠이 오는 저물녘에도 늘 그렇게 있는 그대로 당신의 길을 이어주고 있다 무릇 우리는 누군가의 등을 밟고 여기 서 있다 2024.01.08 2024. 1. 7.
밤하늘 밤하늘/담채 서쪽 하늘 유성우 하나 성호를 긋고 사라져간다 어둠과 어둠 사이 한밤의 중천을 바라보았을 때 나는 한 마리 짐승 초승달의 뒷면 저 푸르고 깊은 은하를 넘어 모래알 같은 별부스러기들을 안고 내 영혼은 어디로 흘러가는가 生은 이미 저무는 강변에 닿고 있다 나는 어쩌다 이상하게 살아남아 저 형형한 별빛 앞에 하얀 머리를 조아리며 밤하늘을 바라보는가 이제 시큰둥한 별들은 나를 보고도 더 이상 말을 걸어오지 않는다 먼 하늘에 흐르는 운명의 피 냄새 눈 깜박할 사이 운명의 회오리가 전신을 파고 들어 밤새 온몸을 찌른다 살아서 지은 죄와 무수한 풀꽃들의 봄과 여름과 내 사소한 욕망이 긴 그림자를 끌며 어딘가로 사라지는 굴절의 의 시간 별들은 멀리 있고 나는 나를 건너지 못한다 2024. 1. 1.
이사移徙 이사移徙/담채 파도가 깎지 못한 시원의 갯벌 밭 불쑥, 눈자루를 내민 농게 가족이 옴몸에 갯벌을 바르고 이사를 간다 두고 갈 것 없고 가져갈 것 없으므로 달 가듯이 참 홀가분하게 이사를 간다 먼 곳에서 달려온 갯바람이 축 처진 갯벌의 등판을 내리치는 손간 한 겹씩 수피를 벗겨내는 생명들 농게가 찾아가는 곳은 문패도 번지도 없는 펄 밭 빈 구멍이다 빈 소라의 깊이만큼 비밀한 삶들이 숨 쉬는 구멍 빈 몸으로 들어도 좋은 저 길은 속이 보이지 않아 더 싱싱하다 푸른 용달차를 타고 반 지하로 스며드는 가난이 생각 난 나는 집이 없어도 죄가 되지 않고 집이 없어도 꿈이 열리는 황홀한 걸음을 본다 한 번도 길을 잃은 적 없는 무소유처럼 가벼운 저 발자국 발자국들 부피도 질량도 없는 이웃 같고 마을 같고 어머니의 자.. 2023. 12. 29.
폭설 폭설 / 담채 사모하면 더 깊어지는 적막강산 언 땅에 또 눈이 내린다 묵상 중인 나무는 추위 속에 엄숙하고 들꽃의 뿌리들은 바람 속에 후대를 맡겼다 온 길도 간 길도 없이 육천 자로 깊어가는 풍경들 나는 罪를 덮는 한 마리 짐승 2016.01 그리움도 눈처럼 온다 /담채 생각이 많은 날에는 그리움도 눈처럼 온다 먼 시간을 건너서 오는 그리움은 가장 추운 곳을 파고드는 바람과도 같다 너무 곱씹어 단물이 다 빠져버린 것을 삶으로 답해햐 하는 이 일은 얼마나 질긴 죄목罪目인가 생각이 많은 날은 그리움도 눈처럼 온다 2023.12.11. * 아직 이른건가? 올 겨울엔 좀처럼 눈이 오지 않는다. 깨끗하고 흰 것이라 곧 사라질까 눈이 오지 않는다. 2023. 12.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