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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길 위에서 71 - 인체해부학 실습

by 담채淡彩 2022. 10. 1.

길 위에서 71 - 인체해부학 실습

 

 

의대 2년차인 외손녀가 인체해부학 실습에 들어갔다.

검정구두와 검정 정장을 갖추고 시체에 대하여 예를 올린 후

학생이 직접 두발과 수염 등 면도를 한 후 얼굴해부부터 시작한다고 했다.

오전 8시부터 시작된 실습은 오후 11시나 12시까지 이어지고 다음 날 시험을 치르기 때문에 어느 날은 밥도 굶고 어떤 날은 시체 옆에서 쪽잠을 자며 공부한다고 했다.

시험을 치른 후 상대평가로 무조건 10%가 유급이 되기 때문에 학생들이 얼마나 공부에 매달리는지 죽고 싶다고도 했다.

실습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듣기조차 끔찍스러운터라  더 이상 거론을 멈춘다. 

원룸을 얻어 혼자 지내는 외손녀는 작은 벌레 하나도 제 손으로 못 잡는 녀석이다.

지난 여름 방 안에 들어온 작은 벌레 하나 때문에 사색이 되어 기숙사의 동기를 불러 잡았을 정도로 마음 여린 녀석이다.

그런 애가 인체해부학 실습에 임하고 있으니 안쓰럽기 그지없다.

밥은 먹는지

악몽에 시달리진 않는지...

 

갈 길이 멀다.

의대 6년, 인턴과  레지던트 5년

11년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초년의사가 될 것이다. 

치열한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동안은 또 얼마나 힘들었으며

사회에 첫발을 떼기 위한 준비가 얼마나 가혹한 것인지 생각해본다. 

세상의 모든 이삭들은 거져 생기지 않는다. 

모두 지나가리라.

어떤 우여곡절도 즐거운 고통이 되리라.    

후일, 편한 마음으로 이 글을 함께 볼 수 있기를 바란다.

 

2022.10.2

 

실습실에서 촬영한 모습 20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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