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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作詩

가을에 쓴 詩

by 담채淡彩 2023. 10. 23.

 

가을 들녘에 서서/담채

 

나무는 잎이 가장 가벼운 때 그들을 보낸다

궁극으로 돌아가는 것들은 가진 것이 없다

 

씨앗의 고동과 한 순간의 열정이

살다 간 자리

 

그 텅 빈 가을 들녘에 서면

간절했던 자리마다 빈손으로 떠도는 바람소리

 

다시 가을/담채

 

나무는 잎을 보내고

외로운 越冬을 준비 중이다

 

霜降 지나 피어난

붉은 가을 장미

아직도 단단한 가시는 種을 위하여 날카롭다

 

오늘 같은 날에는

낙엽 위에 詩를 쓰며

낭만의 시대를 추억하는 것이다

 

나는 몇 번이나 고개를 끄덕이며

한 번 더 천천히 낙엽을 밟는다

 

순환은 늘 정확하고

歲月은 나를 놓아주기 위하여

오늘도 분주하다

 

가을1/담채

 

마른풀 한 포기

한 발 앞에 씨앗을 떨구고

홀연히 길을 접는다

 

이 아름다운 순환은

하나의 생명의 가장 고독한 사건이다

 

이 일은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으며

그것들의 목표는 찬란하다

 

​감나무 가지들은 감만을 생각하고

밤나무 가지들은 밤만을 생각한다

 

​나무도 풀도 野生花 하나까지도

가을이면

씨앗들을 데리고 온다

 

가을 소묘/담채

 

헛도는 속도로 하루가 간다

이 우울한 도시에 또 한 번의 가을이 왔다가 간다

 

소슬한 바람이 불고 사방에 지천인 꽃도 벌들도 바쁠 일이 없다

사명을 다한 나무는 잎을 보내며 월동을 준비하는 자세가 지극하다

나는 과장되고 까닭없는 이 환절기의 우울을 다시 앓는다

 

가고 오는 것들의 비틀거리는 걸음 ,

우리는 사랑도 이별도 다 배우지 못했으므로

무심으로 돌아가는 낙엽 한 잎의 행로조차 다 읽을 수 없다

 

가을비 그치자 바람은 차고 낙엽의 계절이다

한 몸에 공존하는 생명과 비생명의 이 팽팽한 대결,

나무들은 뿌리에게 다음 계절을 위탁하고 성하盛夏를 건너온 잎들을

미련없이 보내고 있다

 

겨울로 가는 길목,

잎을 보낸 나무들마다 가득 외롭다

누군가는 목로주점에서 낙엽의 시詩를 쓰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일흔 번도 넘는 난세일기亂世日記를 또 쓰고 있다

 

삶이란 파도처럼 부서지며 흘러갔으므로

이 가을 또한 길 끝에 당도한 바람으로 나를 떠날 것이다

 

동토凍土에서 살아남을 나무들은

저마다 지극한 자세로 수행의 길을 떠나고

잎들은 시한부의 사명을 다하고 낙엽의 길을 간다

 

풀꽃들은 종種을 위하여

바람에 흔들리며 씨앗을 떨구고 있다

 

 

다시 가을 3/담채

 

저만치 그가 온다

볼 빨간 단풍을 들고

 

나무는 잎을 내리며

越冬을 준비 중이다

 

오늘,

비 그치고

풀벌레 울 때

 

귀가 가난해진다는 것은

그만큼 내가 나이가 들었다는 것이다

 

일몰의 시간대

사명감으로 불타는 분꽃이

사리 한 알을 물고 있다

 

가을밤3 /담채

 

백 송이 천 송이

꽃을 피운 구절초 옆에서

귀뚜라미 밤새 운다

 

다리 하나 부러지고

날개 하나 찢어지고

그러고도 밤새 마파람 등지고 운다

 

수척한 은사시나무 숲이 마르다 마르다 헝클어지는 밤에

그대여

어느 그리움에 무릎 꿇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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