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가 있는 풍경 /담채
한번은 정화해야 할 내 생이
가지런히 널려있는 빨랫줄
가난하게 정렬된 옷가지가
무심코 눈에 밟힌다
쪽바람에도 연신 펄럭이는
빛나는 저 남루
어제 걸어간 길과 슬픔을 말하는 양말과
무겁게 지고 나른 짐으로 늘어진 셔츠들
구겨지고 늘어진 내 생이
명상처럼 마르고 있다
note
폐허를 두들겨 빨면 흰 바람 펄럭이는 성자가 될까.
젖은 것들이 마르는 계단, 바지는 아픈 무릎을 안고 펄럭이고 늘어진 셔츠는
아픈 등을 감싸안고 펄럭인다.
오래 걸어온 양말은 지나온 길과 가야 할 길을 말하며 마르고 있다.
구겨지고 늘어진 내 생이 바람 속의 야생화처럼 태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