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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作詩

겨울새/담채*

by 담채淡彩 2023. 11. 8.

 

겨울새/담채

 

다음 세상을 향하여
휘청휘청 건너가는 풀꽃처럼
저리도 작은 것들이
저리도 희디흰 빛을 띤 것들이
한꺼번에 몰려와선
이 더러운 세속에 내려앉네


살아선 결코 돌아갈 수 없는
머나먼 길을 날아와서는
언 땅에 내려앉네


누천년을 바람에 파묻힌 얼굴들
일용할 양식과 
언제나 가벼운 호주머니를 기억하는 일과

어깨를 맞댄 작은 만남들의 미소를
생각해야 하는 새들의 등이 쓸쓸하네


어떤 무심한 서원처럼
빈 들에 새소리 패총처럼 쌓이고
더는 울지 못해 눈이 내리네

은빛 날개 위에  
찬란한 빈곤을 매달고
바람의 칼날에 흔들릴 때
더 높이 날기 위해 뼈를 비우는

새들은
 
 
2023.11.8
 
해 질 무렵에 집을 허물듯 새들이 울어쌓는다.
어떤 무심한 서원처럼 공중에 새소리 패총처럼 쌓이고
더는 울지 못해 밤새 눈이 내린다.
나는 그들이 추운 곳으로 왔다가 다시 추운 곳을 찾아 떠나는 이유를 알지 못한다.
너무 오래 떠나 있어
이것이 떠나는 것인지 돌아가는 것인지 알지 못하는 이가
어디 철새들 뿐이랴...

벌써 산기슭에 경사진 햇살이 비치고 있다.

열 십 자 대열로 질서정연하게 날아가던 철새의 무리가

지상과 파란 하늘 사이 그 투명한 경계를 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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