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역/담채
종로5가,
눈물의 바람꽃 옆구리에 피는
지하도 바닥
독한 추위를 바르고 한쪽에 몰린 사내가
빈 박스를 덮고 모로 누워있다
막차가 지나가는
태양계에서 가장 먼 끝
피폐한 삭신에 횡행한 겨울 바람의 칼침이 꽃힌다
산다는 건
천상의 기도 같은 것
따로 풀어야 할 화두도 없다
숨소리조차 세상을 피한 듯
조용한 저 사람
세상에서 따로 나 앉은 듯
미동도 없이 목숨 끈을 잇는다
***
며칠 후면 구정이다.
태양계에서 가장 먼 끝,
추운 곳에 놓인 사람들에게 따뜻한 온기가 전해지기를 기도하는 겨울밤이다.
이순간에도 생명 있는 것들의 간절한 번뇌가 부디 외면당하지 않기를 바라며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