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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作詩

연변 아가씨

by 담채淡彩 2022. 11. 4.

연변 아가씨/담채

 

전화 한 통이면 새처럼 날아와 앉는다

립스틱 너무 짙은 조선족 연변 아가씨(?)

그녀는 노래방 도우미다

낮에는 월세 쪽방에서 박쥐처럼 잠을 자고

밤이면 시간제로 팔려나가는 후천성 야행성이다

밤은 망망한 바다 위에 그녀가 던져놓은 그물 한 지락,

90년대 식 샹들리에와 21세기 외로움이

같이 묶여 돌아가는 서해의 작은 포구 노래방

취객 옆에 붙어있는 그녀의 치마가 너무 솔직하다

망망한 바다를 표류하는 외로움들에 붙들려

건성으로 부르는 '난 너를 사랑해'

먼바다 쪽으로 흘러가 어둠 속을 방황하고

연변에 두고 온 외아들 영하의 밤하늘 떠서 날아와

심장 가까이 앉는 밤

창 밖은 지금 소돔과 고모라의 시대,

네온사인이 하얀 이빨을 드러내고 웃는다

타락한 형광등은 여전히 정신 못 차리고

소주잔을 기울인다

포구의 밤은 영원할 것처럼 불빛 돌아가고

바다를 힘껏 들어 올린 달이 하얀 맨발을 내려놓는 시간

낯선 남자의 거친 손 하나

느닷없이 가슴으로 들어와 삶의 물음표를

발기발기 찢어놓는다

갈매기와 친구였다는 사내의 손에서

뽀드득, 발기하는 지폐 한 장

슬픔의 극한이 목구멍에 걸린다

 

 

1990.01

 

note

 

안면도에 있을 당시 한 조선족 여자의 얘기를 옮겼다.
작고 소외된 것들이 유독 눈에 들어왔다.
그것들을 통해 나를 보았고
나에게 가장 중요한 얘기를 가장 필요한 것들에게 걸어서 얘기하는 방법을 모색해보았다.
또 어디로 가야할지 모를 때
오래 기도하는 마음으로 돌아가 졸시에 기댄다.
초긴장과 같은 이름 모를 어느 삶의 순간을 가장 따뜻한 言語로 옮기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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