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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作詩

어머니와 창세기*

by 담채淡彩 2022. 11. 5.

어머니와 창세기/담채

 

마늘밭에서 돌아온 맨발의 어머니가
앞마당 수돗가에서 발을 씻고 구약성서를 펼치셨다
많이 흐린 노안老眼이 창세기의 혼돈과
에덴의 비손강*변 아득한 밀림을 더듬어가고 있다
구석기 유물을 판독하듯 성경을 읽고 계신 어머니의 얼굴이
하나님의 말씀처럼 편안해 보였다
“태초에 하나님께서 천지를 창조하시고,
빛과 어둠을 만드시고,
육축과 나무와 사람과 만물을 만드시고,
그 일곱째 날에 안식하시니라...“**
일제 강점기 초등교육이 전부이신 어머니의 기독교 신앙은
50년 가까이 불립문자처럼 이어져 왔다
들녘에서 돌아온 저물녘에도 늘 할 일이 쌓여있던 어머니가
헝클어진 몸매를 여미며 교회로 걸어가던 뒷모습은
젊어 돌아가신 아버지를 뵈러 가는 양 단정하고 조용하였다
창 밖은 지금 에덴의 시대
성경을 보시는 동안에도 마늘밭에서는 마늘밑이 둥글어가고
앞마당 석류나무에서는 주먹만 한 석류알들이
석양 아래 붉어갔다
당신의 메시아는 어머니를 기억할 수 있을까?
90평생 눅진 생애 홀로 건너오신 어머니가
창세기 먼 말씀 따라 둥둥 떠내려가는 것을

 

* 창세기 에덴동산에서 발원하였다는 江
** 구약성서 창세기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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