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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길 위에서 14 - 문득

by 담채淡彩 2022. 7. 23.

 

길 위에서 14 - 문득/담채

 

 

 

인생의 계곡을 지나온 기억이 재생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도 영원한 시간의 강을 헤엄치고 있으며 나는 그 강물을

따라 어디든 흘러가야 한다.

 

지금 96세 老母는 安眠島에 혼자 계신다.

젊은 요양보호사의 시간제 보호를 받는 노모께

아침마다 문안 전화를 드리는데 보호사 아줌마가 열무물김치를

맛있게 담았다고 좋아하신다.

나는 늘 하던 대로 돈 아끼지 말고 맛있는 거 자주 사 드시라고

당부를 드렸다.

 

그리고는 9살과 5살인 두 증손자가 야외에서 자전거를 타고

노는 모습과 손자가 생일상을 받고 즐거워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요양사의 폰으로 전송하여 어머니께 보여드릴 것을

부탁하였다.

이 사진을 보며 즐거워하실 노모의 주름 많은 얼굴이 떠오른다.

 

노모께서도 신형 핸드폰을 쓴다면 이럴 때 좋으련만 구식 폴더

핸드폰으로 걸려오는 전화만 받을 줄 아신다

 

다시 온 여름을 지나가며 폭서에도 전기료 압박으로

방안에 놓인 에어컨을 구경만 하고 계실 어머니가 서쪽 하늘을

가로질러 떠서 날아온다.

 

 

2022.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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